통계보면 맞벌이는 필수…非맞벌이와 소득차 1.58배로 최대

손해용 2022. 11. 1. 15: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구모(47)씨는 지난달부터 집 근처 편의점에서 낮 알바를 하며 맞벌이에 나섰다. 2006년 출산을 이유로 직장을 떠난 지 16년 만에 시작한 일이다. 구씨는 “남편 수입은 그대로인데, 두 아이의 학원비 등이 크게 늘다 보니 살림에 여유가 없다”며 “많은 금액은 않지만, 애들이 학교·학원을 간 시간을 활용해 번 돈으로 생활비를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에 ‘맞벌이’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린 분위기다. ‘맞벌이 가구’와 외벌이를 포함한 ‘비(非)맞벌이가구’의 소득 격차가 최대로 벌어진 가운데, 배우자가 있는 가구 중 맞벌이 비중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일 통계청의 ‘맞벌이 여부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전국, 2인 이상)’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비맞벌이 가구’ 대비 ‘맞벌이 가구’의 소득 비율은 157.5%로 나타났다. 맞벌이가 비맞벌이보다 1.58배 정도 소득이 많다는 얘기다. 1년 새 4.3%포인트가 올라간 것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2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지난해 2분기 665만7999원에서 올해 2분기 761만1456원으로 95만3457원(14.3%) 증가했다. 반면 비맞벌이 가구는 같은 기간 434만3772원에서 483만1670원으로 48만7898원(1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둘 간의 소득 격차는 2003년 2분기 136.8%에서 계속 벌어지는 추세다. 이는 남편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아내가 이전보다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높은 임금을 받는 고위직으로의 진출이 과거보다 늘었다. 여기에 남성과의 임금 차별도 점차 개선되면서 여성의 평균 임금 상승률이 더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맞벌이, 교육비·품위유지비 ↑


손에 쥐는 돈은 맞벌이가 많지만, 그만큼 씀씀이도 컸다. 올해 2분기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은 510만5136원으로 비맞벌이 가구(375만5933원)보다 76%나 더 썼다. 세부적으로 보면 맞벌이는 ‘교육’에 월평균 34만5808원을 썼는데, 이는 비맞벌이보다 81.5%나 많은 금액이다. 통계만 보면 ‘애들 학원 보내려고 맞벌이 한다’는 말이 허튼소리는 아닌 셈이다.

맞벌이가 수입이 더 많다 보니 세금·국민연금·건강보험 같은 ‘비소비지출’에 쓰는 돈도 145만1895원으로 69.9% 많았다. 또 ‘교통’(50만653원)에 43.6%, 이미용 서비스·장신구·보험 같은 ‘기타 상품·서비스’(31만7344원)에 40.5%, 외식을 포함하는 ‘음식·숙박’(57만8391원)에 41%, ‘의류·신발’(21만7554원)에 35.7% 돈을 더 썼다. 반면 가정 내에서 주로 소비하는 ‘식료품·비주류음료’나 ‘주거·수도·광열’, ‘보건’ 등에 쓰이는 돈은 격차가 미미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맞벌이는 자녀 돌봄을 위해 불가피하게 사교육에 비용을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교육 비용에서 외벌이와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라며 “두 명이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외식비나 이른바 ‘품위 유지비’ 등으로 나가는 돈도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맞벌이 비중도 46.3%로 역대 최고


맞벌이에 나서는 가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시도별 맞벌이가구’에 따르면 전국 맞벌이 가구는 지난해 총 582만3000가구로 10년 새 58만2000가구가 늘었다. 유(有)배우자 가구 가운데 맞벌이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4.6%에서 2013년 43.3%로 낮아졌다가,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해 46.3%까지 높아졌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이 가운데 주말부부의 비중이 같은 기간 8.8%에서 12%로 오를 정도로 과거와 다른 맞벌이 형태도 많아지고 있다. 선진국 사례를 봤을 때 한국에서도 맞벌이 가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민세진 교수는 “인구 절벽 위기에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늘리는 것이 한국의 경제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맞벌이 대책이라기보다는, 직장과 가정생활의 양립을 위한 보육대책과 함께 경력 단절 여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유연근무제 확대 등 더 적극적인 여성인력 활용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