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리본, ‘참사’ 대신 ‘사고’ 표현… 논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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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 당국자들은 공개석상에서 '근조'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을 달고 있다.
또 이태원 '참사'라는 표현 대신 이태원 '사고', '희생자' 대신 '사망자'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가 아닌 '사고'로 쓰게 하고, '희생자' 또는 '피해자'가 아닌 '사망자' 또는 '부상자'를 쓰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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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객관적 표현’ 사용한다는 입장
야권에선 “책임 희석용 아니냐” 비판도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 당국자들은 공개석상에서 ‘근조’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을 달고 있다. 또 이태원 ‘참사’라는 표현 대신 이태원 ‘사고’, ‘희생자’ 대신 ‘사망자’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공적 문서에서 객관적 표현을 사용한다는 관행을 따랐다는 입장이나 일각에선 정부 책임론을 희석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대책본부가 1일 연 브리핑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근조’ 글씨가 없는 검은 리본을 단 모습이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30일 ‘검은 리본을 착용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모호한 지침에 공무원들이 ‘근조’ 글씨가 적힌 리본을 뒤집어 달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지역에 마련된 분향소에 조문을 하러 간 야당 인사들에게 공무원들이 글자가 보이지 않도록 리본을 뒤집어 달도록 안내했다는 이야기가 일부 언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검은색 리본을 패용토록 설명한 바 있다”면서도 “검은색 리본이면 그 규격 등에 관계없이 착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검은색 리본을 단다면 근조나 추모 등의 글씨가 적혀 있어도 된다는 설명이다.
중대본은 이태원 참사 관련 용어 표현도 통일하도록 했다. 이태원 ‘참사’가 아닌 ‘사고’로 쓰게 하고, ‘희생자’ 또는 ‘피해자’가 아닌 ‘사망자’ 또는 ‘부상자’를 쓰도록 한 것이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가해자나 책임 부분이 분명한 경우에는 희생자, 피해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며 “상황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명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사망자, 사상자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고 발생 직후인 30일 오전 중대본 회의에서 용어 통일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이날 행안부 비공개 문건 내용을 공개하며 ‘이태원 참사 다음날(30일) 오전에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사고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고, 피해자 대신 사망자 등의 용어를 쓰도록 논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이 같은 정부 지침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를 향해 “오직 장례 절차와 추모, 유가족 위로, 부상자 치료에만 집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페이스북에 “단순한 사고로 정리하고 사고에 의한 사망자로 처리한다면 희생자에 대한 모독”이라며 “정부 당국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야권을 중심으로 정부 책임을 희석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서둘러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윤 대통령이 사고 다음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선 안 될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고 말씀하셨다”며 “참사나 일부 용어를 두고 현 정부가 무엇을 축소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믿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공식적인 행정문서에서 표현하는 것을 현 정부가 갖고 있는 애도의 마음과 혼돈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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