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폭락에도 달리는 삼성전자...그 이유는
삼성 '장기적 관점', '기술 경쟁력 강화' 강조
TSMC·인텔 등 경쟁사로 인한 위기감 고조
반도체 수요 부진 영향으로 10월 메모리 반도체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모두 급락했다. 최근 반도체 불황 사이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예측 이상의 불황이 닥친 분위기다. 업계에서 줄줄이 투자 감축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삼성전자는 '투자 유지' 기조를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0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2.21달러로 전월(2.85달러)와 견줘 무려 22.46%나 하락했다. 이는 최근 5년간 최다 낙폭으로 지난해 10월 말 가격(3.71달러)보다 40% 가까이 떨어진 가격이다.
D램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했던 6월과 9월을 제외하고는 지난 5월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7월에도 14.03% 하락했으며 8월에는 1.04%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수요 침체 속 D램 업체들의 재고가 늘어난 것을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중 D램과 함께 반도체 업계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낸드플래시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4.14달러로 지난달 4.30달러보다 3.73% 하락하며 5개월 연속 가격이 빠졌다. D램에 비해 낙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부진한 기간은 더 길었다.
이같은 10월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대폭락은 주요 업체들이 줄줄이 감산을 선언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과잉공급으로 인해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벌어지자 최근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투자 축소를 선언한 상태다. 반도체 주 수요처인 IT 기업들의 구매 수요가 완전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각보다 큰 낙폭에 시장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상위 3개 D램 업체가 4분기 계약 협상에서 공격적으로 나서며, 가격 경쟁은 3분기보다 더 치열해졌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같은 상황을 두고 "전례없는 일"이라며 설비 투자를 줄이고 당연히 수익성이 낮은 제품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런 위기에서도 삼성전자는 기존 '인위적 감산 거부' 입장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경쟁사들은 현 상황에서 반도체를 생산·판매할수록 손해지만 삼성의 경우 보다 나은 원가경쟁력으로 버티기가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장 현 상황보다 향후 경기 회복 시에 경쟁사보다 빠르게 반등하겠다는 계산도 반영돼있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가 계속해서 '장기적 관점'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27일 이재용 회장은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린 나아가거나 새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선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아 왔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어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가야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글로벌 시총 순위는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2018년 삼성은 글로벌 반도체 시총 1위였지만 대만 TSMC와 미국 엔비디아로 인해 3위로 밀려났다.
또한 올해 3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 23조200억원을 기록하면서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TSMC(약 27조1000억원)에 내 준 상태다. 그간 반도체 매출은 삼성전자와 인텔의 싸움이었지만, 이번에 TSMC가 처음으로 두 회사를 제친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굴기 저지로 인해 공급망 리스크까지 커진 상황이다.
경영환경은 비상이지만,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멀리 보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내년에는 데이터센터 증설 확대와 신규 CPU를 위한 DDR5 채용도 늘 것이라 본다. 일부 외부 기관에서도 D램 중심으로 하반기 시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낸드 가격 경쟁력을 두고도 가격 차별성을 활용하겠다며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또한 삼성은 선제적인 인프라 및 첨단기술 강화를 위한 설비 투자 과정에서 공장히 일시적으로 멈춰 실질적인 감산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선 시장이 위축돼 있는 것이 맞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수요 회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고, 올해 설비 투자의 경우 첨단기술 적용을 위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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