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내 몸 밀린다면 위험신호…권투 선수처럼 팔 들어라"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군중 밀집 행사 참석 시 안전 요령을 제시했다.
외신은 "대규모 행사에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하는 책임은 공공 안전과 관련된 당국자들과 행사 주최 측에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일단 위험한 군중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하면 위험을 줄이고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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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행사장 도착 전후
군중 전문가 키스 스틸 영국 서퍽대 객원교수는 "행사에 처음 들어설 때부터 행사가 어떻게 조직돼 있는지 잘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행사장 초입부터 보안과 티켓 확인 과정 등이 혼란스럽게 보이면 그 행사는 군중 안전에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출구뿐 아니라, 모든 출구를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군중 전문가 폴 워트하이머는 "모두가 하나의 출구로 몰리면 갇힐 수 있다"며 "야외 행사의 경우 참석 전 지도를 보고 잠재적인 탈출 경로와 피해야 하는 좁은 길, 막다른 길을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가장 붐비지 않는 공간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군중의 앞이나 가운데보단 가장자리나 뒤쪽이 낫다. 특히 가운데 있는 사람은 앞뒤 양쪽에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워트하이머는 "좌석이 정해져 있는 행사보다 서 있거나 지정석이 없는 행사가 상대적으로 위험하다"고 했다. 또 넘어지지 않기 위해 튼튼한 신발을 신어야 하며, 신체가 크고 강해도 군중에 갇히면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②위험 신호
전문가들은 '자신의 몸이 주변 사람들에게 밀릴 때'와 '군중이 움직이다가 느려질 때'를 밀도가 증가하는 '위험 신호'로 꼽았다. 또 스틸 교수는 "군중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사람들이 불편과 괴로움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리면 이는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군중 전문가 마틴 아모스 노섬브리아대 컴퓨터·정보과학 교수는 "움직임의 자율성을 잃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핵심"이라며 "자기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지는 순간 지체없이 그곳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군중 전문가들은 군중 밀도가 제곱미터(㎡)당 5명을 넘으면 잠재적으로 위험한데, 이태원 참사 당시엔 ㎡당 8~10명이 있었다고 추정한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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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군중에 갇혔을 때
전문가들은 우선 팔이 옆구리 쪽에 고정되지 않게, 들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워트하이머는 "자신과 자신의 앞 사람 사이에 더 많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권투선수처럼 서 있어라. 손을 가슴 앞에 두고, 한쪽 발을 다른 쪽 발 앞에 놓은 채 벌리고 무릎은 약간 구부려 경직되지 않게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방법으론 자주 쓰는 손으로 반대쪽 팔뚝을 잡거나 배낭을 가슴 앞쪽으로 메면 일종의 보호막을 만들어 흉부를 보호하고, 호흡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소리를 지르는 건 힘과 산소 낭비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대한 침착하게 머리를 들어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한다. 키가 작은 사람은 큰 사람보다 산소가 제한될 위험이 높은 만큼 만약 무리 속에 아이가 있다면 성인의 어깨 위로 올려주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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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넘어졌거나 빠져 나갈 때
넘어졌을 땐 일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힘들 경우 '태아 자세'처럼 옆으로 눕는 게 심장과 폐를 보호하는 길이란 설명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군중의 움직임이 소강 상태를 보일 때 군중의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해 가장자리로 가라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갖고 행사에 참여하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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