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지구를 살리는 패션도 있습니다

이혁진 2022. 11. 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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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친환경 브랜드 '래코드' 10주년 전시장 방문기

[이혁진 기자]

'패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아름다운 옷? 어떤 이는 화려한 런웨이를 연상할 것이다. 그러나 패션산업은 엄청나게 많은 옷을 새로 만들고 버림에 따라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옷을 만드는 노력을 10년 전부터 꾸준히 선도해온 친환경 브랜드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래코드, 버릴 옷이 새 옷으로

'래코드'는 폐기되는 의류에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업사이클링'을 추구하는 '지속가능' 패션 브랜드이다. 쓰고 버리는 시대에 패션 산업의 환경 문제 등 폐해를 줄이려는 시도이다.

10년 전만 해도 판매되지 못하고 소각될 재고를 해체하고 재조합해 새로운 옷으로 되살리는 작업은 '무모한 도전'으로 치부됐다. 그럼에도 래코드의 끊임없는 도전과 이에 동참하는 파트너들이 늘어났다.

패션기업 코오롱 인더스터리 FnC 부문이 래코드(RE:CODE) 10주년을 맞아 서울 신사하우스에서 <Re : collective 25개의 방> 전시를 지난 22일 개최했다. 25개의 방에는 래코드 10년의 성과를 담은 영상과 컬렉션 아카이브를 비롯해 래코드와 함께 뜻을 같이하는 디자이너, 아티스트, 브랜드, 기업 등의 업사이클링 협업제품과 작품을 전시했다.
 
 자동차 에어백을 활용해 만든 가방제품
ⓒ 이혁진
 
먼저 '에어백 시리즈'가 눈에 띈다. 사용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자동차 에어백을 활용해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개성있는 가방이 재탄생했다. 폐기되는 에어백이 가방소재로 쓰이다니 발상 자체가 흥미롭다. 남성복 슈트 재고(在庫)가 '리디자인' 되어 새롭게 탄생한 아름다운 여성복(작가 진태옥)도 있다. 여성복으로 변신한 의상은 마치 성평등을 상징직으로 주장하는 것 같다.
 
 업사이클링 기법으로 재탄생한 방탄소년단 의상과 가방
ⓒ 이혁진
 
 남성복 슈트가 유니크한 여성복으로 재탄생했다.
ⓒ 이혁진
 
방탄소년단(BTS)이 활동하면서 입은 의상에 업사이클링한 재킷(작가 하이브 인사이트)도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아티스트 의상과 염색되지 않은 에어백 소재를 활용해 만든 기념품은 팬들에게도 적잖은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다.
 
 박스 아뜰리에
ⓒ 이혁진
 
'박스 아뜰리에'는 많이 사라졌지만 간혹 볼 수 있는 동네 옷수선집과 거의 유사하다. 그런데 이곳이 고쳐 입고 다시 입는 수선리폼의 특별한 공간으로 재조명되다니 온고지신(溫故知新)이 떠오른다.
래코드는 패션 산업을 넘어 타 분야 산업과의 연대도 모색하고 있다. 20세기 플라스틱 가구를 창시한 세계적 가구 브랜드 '카르텔'은 친환경 플라스틱소재로 만든 걸작 디자인들을 선보인다.
 
 악성재고인 구스다운을 재조합한 바닷가재 모양 작품
ⓒ 이혁진
 
악성재고로 남은 구스다운 재킷을 활용해 새롭게 디자인하고 재조합한 바닷가재 대형 작품(작가 연진영)은 구스다운의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를 경고하는 듯하다.
래코드는 만들어진 옷을 '리디자인' 하는 것에서 이제는 옷을 처음 만들 때부터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재료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체어(작가 문승지)가 대표적이다. 한 장의 합판에서 버려지는 폐기물을 최소화한 가구 디자인이다.
 
 카르텔의 플라스틱 가구 디자인
ⓒ 이혁진
 
전시회 마지막 코너에는 영국의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와 현대자동차는 살아있는 자연(Nature booth)과 지구본 (Geodesic tree) 설치미술을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의 권리를 옹호하고 있다. 로스차일드는 지난 7년간 현대차의 탄소중립 비전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패션이 지구환경을 살린다

래코드는 자연친화적인 패션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대비하는 작업이다. 뉴욕파슨스 디자인스쿨의 하이브리드 연구학장을 역임한 리데베이 에델코르트는 래코드에 대해 "업사이클링이란 방식을 넘어 패션의 다양한 면모를 조합한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이라 극찬했다. 안티 패션 매니페스토로 유명한 그는 "패션에는 더 이상 '판타지'가 남아 있지 않다"며 "래코드가 안티패션의 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회는 패션의 막대한 영향력 못지않게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지구적 관점에서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패션으로도 지구환경을 살릴 수 있다는 취지다. 전시회 포스터 캐치프레이즈가 '빌려 쓰는 지구, 우리는 모두 잠시 머무는 손님'인 이유이다.

<THIS IS NOT JUST FASHION>처럼 이제 패션은 옷을 걸치는 기호의 차원을 넘어 세계와 다양한 관계를 맺는 활동으로 정의된다. 래코드는 싱글맘, 새터민, 난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육지원과 고용창출 등 사회적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래코드의 노하우는 재고솔루션 활용 및 컨설팅, 재고의 선순환을 위한 소싱과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로 집약된다.

현장에서 배부한 브로슈어에 따르면, 이번 전시회를 주관한 코오롱FnC 한경애 전무는 "지난 10년 동안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했다면 향후 10년의 키워드는 덜 갖고 덜 쓰는 '결핍의 여유'가 예상되는데, 이를 위해서도 많은 파트너와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늘 간절기 입을 옷을 찾다가 철지나고 묵은 옷 상당수를 정리했다. 동네 의류수거함에 넣은 이것들이 래코드처럼 단순히 버려지지 않고 다른 쓸모로 멋지게 재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래코드 운동에 참여하는 방법은 친환경 업사이클링 제품을 애용하는 것이지만 이에 앞서 옷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습관도 중요하다. 바야흐로 패션의 환경문제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일상에서 찾아 실천하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래코드 10주년 기념전시는 서울 신사하우스에서 11월 13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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