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내리면 숨 고르기부터” 일상이 된 과밀
“중앙보훈병원행 급행열차, 급행열차가 도착합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 기점 김포공항역. 백팩은 앞으로 메고, 스마트폰은 한 손에 쥔다. 열차 문이 열리자 달리기가 시작된다. 빈 좌석을 놓치면 그 앞에라도 서 있어야 한다. 문이 열리는 쪽에 자리 잡으면 고달파진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몸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 쪽 공간에 서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든 좌석 앞 통로로 몸을 튼다. 노량진역에 도착하자 좌석 앞 통로에는 사람들이 4줄로 늘어섰다. 더 탈 공간이 없어 보이지만 한 남성은 익숙한 듯 등으로 사람들을 밀며 열차에 올랐다.
2300만 인구가 모여 사는 수도권. 과밀은 일상이 됐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이후 다수의 인원이 좁은 공간에 밀집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오전 7시20분 경기 김포시 김포골드라인 장기역에서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역으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했다. 김포골드라인은 김포시 구래동과 김포공항을 오가는 2량짜리 경전철이다. 50만명에 육박하는 김포시민을 서울과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열차의 정원은 172명이지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300~400명의 시민이 탑승한다. 김포시에 따르면 1일 기준 출근 시간대 평균 혼잡률은 230%다.
열차가 걸포북변역을 지나자 이미 포화상태였다. 주변 사람과 어깨가 밀착되기 시작했다. 종점인 김포공항역까지는 사우, 풍무, 고촌 등 3역을 더 거쳐야 했다. 풍무역에서 승객들이 탑승을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악!’ 소리가 들렸다. 불안한 듯 주변을 둘러보는 승객도 있었다. 한 여성은 “이러다 사람 다치겠다”라고 혼잣말을 했다. 김포공항에 열차가 도착하자 지친 듯 플랫폼 의자에 앉는 여성도 눈에 띄었다.
9호선 급행열차의 사정도 비슷했다. 지옥철로 불리며 악명 높았던 9호선. 기존 4량에서 6량으로 증량됐으나 혼잡은 여전했다. 지난해 기준, 노량진→동작 구간 혼잡도는 185%에 달했다. 오전 8시, 김포공항역에서 중앙보훈병원역으로 향하는 급행열차는 염창역을 거치자 더는 탈 수 없어 보일 정도로 승객으로 꽉 차 있었다. 당산역에서는 등으로 사람들을 밀며 탑승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비교적 공간이 많은 좌석 앞에 자리해도 어깨와 등이 주변 사람과 부딪혔다. 노량진역에서는 내리려는 사람과 타려는 사람의 동선이 꼬였다. 곳곳에서 “먼저 내릴게요! 비켜주세요”라는 외침이 나왔다.
압박감으로 인해 지하철에서 실신을 경험하거나 목격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최아라(26·여)씨는 “출퇴근 시간, 산소가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로 심각할 때가 많다”며 “한 달 전쯤 실신할 뻔한 적도 있다. 그때 제 앞에 계시던 분도 쓰러졌다. 종점에서 내리면 헉헉대며 숨을 고르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지(34·여)씨도 “(압박받는 가운데) 히터까지 틀면 가슴이 심하게 답답할 때가 있다”며 “겨울철에는 열차에서 내린 후 숨쉬기가 답답한지 플랫폼 의자에 누워 쉬는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핼러윈뿐만이 아니다. 신년 보신각 타종행사와 해돋이 축제, 서울 여의도 불꽃축제,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 명동 등에서도 각별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인다. 실제 사고도 있었다. 지난 2000년 12월31일 서울 보신각 타종행사에서 인파에 깔려 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숨진 이는 5세 아이였다. 당시 보신각 주변에는 6만명이 운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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