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이태원 사고 사망자' 표기 지침...일부 지자체, '참사→사고' 변경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이태원 압사 참사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때 참사가 아닌 '이태원 사고'라고 표시하고 희생자를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 쓰라고 시·도 지방자체단체에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 공문이 내려오자 '이태원 참사'라고 쓰던 일부 지자체도 '이태원 사고'로 고쳐 쓰고 있다.
이후 경남도는 경남도청 앞마당에 설치한 합동분향소를 비롯해 공문에 '이태원 사고'로 표기하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성효 기자]
▲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공문을 통해 '이태원 사고'로 표기했다. |
ⓒ 윤성효 |
정부가 이태원 압사 참사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때 참사가 아닌 '이태원 사고'라고 표시하고 희생자를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 쓰라고 시·도 지방자체단체에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행정당국은 검은 리본을 달되 근조나 추모 등의 문구가 적히지 않은 것을 사용하라는 별도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를 놓고 '희생자'라고 하지 않고 추모 글귀가 적히지 않은 근조 리본을 사용케 한 것은 추모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관련기사: 이태원 참사 '근조' 글자 안 보이게 리본 뒤집어달라? http://omn.kr/21fba).
행안부 '이태원 사고 사망자' 표기 공문
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 이상민)는 참사 다음날인 10월 30일 분향소를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로 하고, 제단 중앙에는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고 쓰라고 공문을 내려보냈다.
합동분향소 위치에 대해서는 "시·도청사 원칙"으로 하면서 "주민들이 접근하기 쉽고 질서가 유지되며 조용한 실내 공간"을 권고했다. 영정 사진이나 위패는 생략하도록 했다. 공문은 30일 늦은 오후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침에 따라 전국 광역시·도는 합동분향소를 설치했으며, 기초 시·군·구에도 같은 내용으로 지시사항을 시달했다.
행안부 공문이 내려오자 '이태원 참사'라고 쓰던 일부 지자체도 '이태원 사고'로 고쳐 쓰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10월 30일 '도지사 특별지시' 사항을 전달하면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라고 표기했다. 경남도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도지사 특별지시"를 통해 국가애도기간 중 축제·행사 자제와 안전점검 철저, 공직기간 확립 강조 등을 시달했다.
이후 경남도는 경남도청 앞마당에 설치한 합동분향소를 비롯해 공문에 '이태원 사고'로 표기하고 있다.
글자없는 검은색 리본 논란도
또 행안부는 업무연락 자료를 통해 11월 5일까지인 '국가애도기간'에 검정색 리본을 패용하도록 하면서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을 하도록 요청했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근조' 글귀가 보이지 않도록 리본을 뒤집어서 다는 일이 발생했다.
분향소에 다녀왔다는 한 인사는 "추모하러 가는데 추모, 근조 글자가 안 보이게 하라니,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너무 찝찝하고 당한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일선 공무원들도 "근조 글귀를 가리는 건 처음 본다"는 반응이다.
공무원으로 있다가 정년퇴직한 이병하 경남미래행정포럼 이사장은 "이전에 근조나 추모라는 글자가 없는 검정색 리본을 달라고 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며 "이해가 안 된다. 차라리 검정색 옷을 입으라고 하든지, 이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남도청 간부와 기초자치단체 부시장을 지낸 한 퇴직공무원도 "제 기억으로는 글자 없는 검정색 리본을 달았던 적은 없고, 생소하다"고 밝혔다. 신동근 경남도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이전에 글자 없는 리본을 단 적이 한번도 없었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왜 어수선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글자 없는 검정색 리본'을 달도록 지침을 내려보냈다. |
ⓒ 윤성효 |
▲ 별도 문구 없는 근조 리본을 사용하라는 행안부 지침을 도 내 지자체에 알린 충청남도 공문. |
ⓒ 오마이뉴스 |
▲ 별도 문구 없는 근조 리본을 사용할 것을 알린 공문 |
ⓒ 오마이뉴스 |
사고 아닌 참사... "정부 책임 회피 의도냐"
이런 가운데 이번 이태원 압사는 사고가 아니라 참사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는 "뜻밖에 갑자기 일어난 좋지 않은 일"이고 참사는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라는 뜻이다. 희생자는 "어떤 일이나 사건으로 말미암아 죽거나 다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이고 사망자는 "죽은 사람"이라는 의미다.
한 국어 전문가는 "일반적인 사고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비참하기 때문에 이번 이태원 압사는 사고보다는 참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10월 30일 경남도가 시군에 보낸 공문에는 '이태원 핼로윈 참사'로 표기되어 있다. |
ⓒ 윤성효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헌법의 수호자 대통령, 직접 사과해야 한다
- '대응미흡' 인정한 경찰청장 "심각성 알리는 신고 다수 있었는데..."
- "유학 위해 12시간씩 알바하더니..." 엄마는 가슴이 찢어진다
- AP "이태원 참사, 사고 아닌 인재"...외신들, 정부 대응 비판
- [사진] 때아닌 검은 리본 논란, 이명박·박근혜도 '근조' 달았다
- '여자는 시골에 못 살아' 이 말에 반기든 언니들
- "학교, 온라인 유료강좌와 뭐가 달라" 39% 증가한 자퇴생
- 이재명 "참사 아닌 사고? 책임 줄이려는 행동, 이제 규명할 때 됐다"
- [오마이포토2022] 이태원 참사 사흘 만에... 고개 숙인 이상민 장관
- '좌파 책·작가 북토크 취소하라' 대전시 편가르기 행정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