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명위원회 '있으나 마나'…4년간 회의 한 번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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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춘수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했다.
생소하거나 작은 곳까지 하나하나 지명을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이를 판단하기 위한 관련 조사와 자료수집 활동이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이슈가 있거나 지역 주민들 간에 다툼이 있을 경우에만 지명위가 반짝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업무를 처리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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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 "내년 6월 '2심제' 시행 맞춰 활발히 운영할 것" 해명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고 김춘수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했다.
이름이 있음으로써 그 대상에 의미가 부여되고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이름이 주는 상징성과 중요성이 크지만 광주지역에는 아직도 그 흔한 이름도 없는 산과 고개, 하천, 터널, 다리가 많다.
지명을 제정하거나 변경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지방 지명위원회'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생소하거나 작은 곳까지 하나하나 지명을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이를 판단하기 위한 관련 조사와 자료수집 활동이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광주광역시와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지명'은 자치구 지명위원회가 심의·의결한 내용을 시 지명위원회에 보고하고 관련 절차를 거친 뒤 국토교통부 국가지명위원회의 최종 결정으로 확정된다.
지방 지명위원회는 시장이나 구청장이 위원장을 맡으며 총 7~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지명위가 꾸려졌지만, 실상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위원회'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광역시 동구는 2018년에, 남구와 북구는 2019년에 지명 업무를 위한 회의를 소집한 게 마지막이었다.
서구와 광산구는 가장 최근인 2020~2021년에 회의를 개최했다.
2개의 행정 구역에 겹쳐 있는 경우 구가 아닌 시 지명위 심의부터 진행되는데, 올해 한 차례 회의가 열리는 데 그쳤다.
종합하면 대체로 수년 동안 뒷짐만 지고 있던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주지역의 지명 재정비 대상(미고시 지명·일본식 표기 의심 등)은 무려 1000여건에 달한다.
지명은 그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는 것을 넘어 지리·역사·사회 전반의 특성을 포괄하는 중요한 정보인데 허술하게 관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남구 송암동에 자리한 '화방산'은 1961년부터 잘못 사용된 일제 잔재 지명으로, 2018년에 처음 인지를 하고 최근에서야 관할 구청이 손질에 나섰다.
화방산(花房山)은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이 조선총독부 초대 공사인 하나부사 요시모토(花房義質)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에서 따서 붙인 것이다.
자세히 보면 한자 표기가 '花房'(화방)으로 같다. 그래서 화방산을 房(방 방)이 아닌 芳(꽃다울 방)으로 변경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2004년부터 관행적으로 불린 '용산터널'은 지금까지 정해진 지명이 없어 혼란을 키우고 있다.
인근에 봉선동과 용산지구를 잇는 '새 터널'이 신설되면서 제2순환도로를 연결해주는 기존의 '용산터널'과 구분하는 명칭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용산터널이냐, 봉선터널이냐를 두고 주민들의 의사 소통상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창석 지적학 박사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정보화 기기 보급으로 공간정보 활용이 급증하고 있는데 지명위 위원장인 시장이나 구청장이 관심도가 적다 보니 지명위 차원의 활동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슈가 있거나 지역 주민들 간에 다툼이 있을 경우에만 지명위가 반짝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업무를 처리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자치구 관계자는 "내년 6월부터는 국가 지명위까지 갈 필요 없이 지방 지명위에서 관련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2단계 절차로 바뀌기 때문에 좀 더 활발하게 운영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bless4y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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