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류지현 감독의 빛과 그림자
[이준목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며 2022시즌을 마무리했다. 20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과 28년 만의 우승을 노렸던 LG는, 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게 1승 3패로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LG의 탈락과 함께 이제 팬들의 관심사는 계약기간이 끝난 류지현 감독의 거취에 모아지고 있다.
LG는 2020년 11월 당시 수석코치였던 류 감독과 2년 총액 9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구단 역사상 첫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이었다. 올시즌을 끝으로 LG는 류 감독과의 2년 계약이 모두 만료됐다.
공과는 분명하다. 류 감독은 부임 2년간 LG를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전임 류중일 감독 시절까지 포함하면 구단 역사상 최초로 4년 연속(2019-2022)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는 정규 시즌 3위에서, 올해는 정규 시즌 2위로 팀을 이끌었다.
특히 올해는 87승으로 144경기 체제에서 구단 역대 최다승, 승률 6할 1푼 3리로 1994년 통합우승(81승 45패, .643) 이후 28년 만에 최고승률을 기록했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SSG(88승 4무 52패)와는 불과 2게임차, 승수는 단 1승이 모자랐다. 2년간 류 감독이 거둔 정규 시즌 승수는 159승, 승률은 5할 8푼 5리에 이른다. 2000년대 이후 역대 LG 사령탑 중 부임 첫 2년에 거둔 최고 성적이었다. 장기레이스에서 안정된 선수단 관리능력과 소통, 유망주 육성의 병행을 통하여 전력을 더 끌어올린 합리적인 경기운영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반면 포스트시즌에서는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에게 1승2패로, 올해는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1승3패로 탈락했다. 2년 연속으로 하위 팀에게 충격적인 '업셋'을 당했다. 두 팀 모두 LG를 상대하기 전, 두산은 와일드카드 2경기를, 키움이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모두 최종전까지 접전을 치르고 올라왔음에도 LG는 상위 팀의 전력과 체력적인 이점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2차전에서 선발이던 애덤 플럿코의 기용문제에서부터, 3차전에서 호투하던 김윤식을 내리고 불펜 필승조 투입이 모조리 실패로 돌아건 것과 8회 문보경의 번트 작전 실패 등 결과론이지만 류지현 감독과 라인업 운용과 벤치 작전은 시리즈 내내 통한 게 거의 없었다. 류 감독의 포스트시즌 승률은 고작 .286으로 정규시즌 승률에 비하면 거의 반토막이 났다는 게 지난 2년간 LG의 가을야구 한계를 단적으로 요약한다.
류지현 감독의 거취에 대한 세간의 여론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대체적으로 팬들의 여론은 부정적인 반면, 현장의 전문가들이나 미디어는 류 감독의 재계약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는 게 흥미로운 부분이다.
동행을 지속하든, 이별을 선택하든 각자 나름의 명분과 근거에 설득력은 있다. 일단 LG의 최대 숙원은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최근 10년간 7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LG는 더 이상 가을야구 참여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팀이고 지금의 전력상 '윈나우'를 위한 적기로 꼽힌다. LG가 류지현 감독과 처음 계약하며 2년이라는 짧은 시간만을 보장한 것도 이 기간내에 반드시 우승을 하라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결과적으로 류 감독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사실 LG 팬들 사이에서는 정규시즌에도 류 감독의 지나친 주전 의존도와 작전야구 부재와 결단력 부족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태였다. 무엇보다 포스트시즌에서 너무 무기력했던 게 치명적이다. 지더라도 단기전에서 뭔가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면 한번 더 기회를 얻을 명분이 생겼겠지만, 지금 LG의 전력으로 최소한 한국시리즈 진출조차 실패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차라리 정규시즌에는 욕을 많이 먹었지만 최소한 포스트시즌에서는 뛰어난 단기전 운용 능력을 보여준 양상문 감독(2014-2017)과는 정반대에 가깝다. LG가 당장 우승을 노린다면 좀더 승부사 기질이 있는 새 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류 감독에게 다시 기회를 줘야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물론 2년간 단기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준 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류 감독의 능력이 부족했다면 가을야구에 나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김태형(전 두산)이나 선동열-류중일(전 삼성)처럼 사령탑 데뷔와 동시에 첫해부터 팀을 우승으로 이끈 사례도 있지만 예외적인 경우에 가깝고, 대부분의 초보 감독에게 2년은 자신의 야구색깔을 완전히 구축하기에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최근 들어 10년 이상 활동하며 여러 프로팀을 거치면서 살아남은 장수 감독들이 드물어진 추세다. 한번 실패했다는 낙인이 찍힌 감독은 다시 재기하기도 어렵다. 아직 젊은 사령탑인 류 감독은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고, 지난 2년간 입증된 류 감독의 자질과 경험을 너무 쉽게 포기하기에는 아깝다는 평가다.
더구나 류 감독은 선수-코치-감독까지 오로지 LG에서만 30년 가까이 헌신해 온 '성골 원클럽맨'이라는 특별한 상징성이 있다. 역대 LG의 프랜차이즈스타 중 마무리가 좋지 않거나 불편하게 결별한 사례도 수두룩하지만, 류 감독은 평생 LG를 떠난 적이 없다. 구단 입장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결국 감독으로까지 키워낸 인물을, 우승을 못했다고 단 2년만에 내친다는 것도 모양새가 그리 좋지는 않다. 류지현 감독을 지지하는 이들은 가을야구 조기탈락의 책임을 류 감독에게만 묻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과, 류 감독을 내보내고 더 나은 지도자를 데려올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LG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선택은 빠르고 확실해야 한다. 만일 류 감독과 동행을 이어가겠다면 최소한 2년 이상의 계약기간을 보장하고 감독에게 확실한 권한과 신뢰를 부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류 감독이 재계약 이후에도 주변의 눈치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이고 연속성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만일 LG가 류 감독을 포기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은, 두산의 7년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고 올시즌을 끝으로 야인이 된 김태형 전 두산 감독을 영입하는 것이다. 하필 연고지 라이벌팀 출신의 감독을 데려오는 모양새가 이상할 수 있지만, LG가 우승에 간절하다면 안될 것도 없다. 아니면 또다시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초보 감독을 영입하여 우승에 도전하는 모험을 시도할 수도 있다. LG는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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