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카카오의 숙제는 '신뢰의 흑자'
기업의 의사결정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 자회사 상장(물적 분할)으로 욕을 먹은 대기업 그룹에는 LG, SK, 카카오가 있다. 카카오는 2021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서 주요 자회사의 상장은 카카오의 주주가치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라 했다. 카카오 그룹 자회사의 문어발식 상장은 시장 상황에 더해 처절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3만9000원에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공모가를 50% 이상 하회해 우리사주 직원들을 신용불량자 수준으로 몰고 갔다. 혁신은 없는 상황에서 쪼개기 상장과 문어발 경영으로 카카오는 도덕 불감증에 봉착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 대표이사는 취임 전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를 보류하고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밝혔다. 불행히도 그는 최근 카카오톡 먹통 사퇴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게 됐다. 카카오 서비스 마비는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소통, 각종 결제, 입출금을 하는 데 큰 불편을 주었다.
주식은 대표적인 위험 자산이다. 경영진이 도덕적 해이로 안전불감증을 보이면 추락하는 주가에는 날개가 없다. 카카오페이 대표와 임원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대량 매매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걸 벌써 잊어버렸나.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매각과 상장 논란, 노조와의 불협화음은 기업에 어떤 의미를 남겼을까. 카카오 자회사 상장 1호 기업인 카카오게임즈는 쪼개기에 쪼개기로 불린 자회사 라이온하트의 상장을 철회하며 궁색한 변명을 했다.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국내외 상황을 종합 고려해 철회 신고서를 제출한다는 끔찍한 말은 시장의 신뢰에 먹칠을 했다. 카카오프렌즈보다 높은 자회사의 공모가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상장 철회가 아닌 연기라는 말을 과감하게 해 시장은 아연실색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임팩트워싱(관심이 없으면서 마치 가치 있는 일을 한 것처럼 꾸미는 행위)을 한다고 믿어도 좋다는 말인가. 작년 말 카카오 주식은 개인 투자자가 200만 명을 넘어 삼성전자를 잇는 국민주로 등극했다.
카카오톡을 먹통으로 만든 사건을 보고 깨진 유리창 이론을 생각해 본다. 여러 논란이 되는 카카오의 이슈 하나하나를 깨진 유리창으로 생각해 보자. 이를 방치하면 깨진 틈을 중심으로 도덕적 해이가 확산된다. 카카오는 지금까지 보여준 무질서와 실망을 방치하면 얼마나 위험한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오늘의 카카오를 키운 것은 절대적으로 밀어준 카카오톡에 대한 국민의 신뢰 때문이다. 독과점 플랫폼 카카오가 일으킨 신뢰의 적자(赤子)는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이는 그 전에 29건의 경미한 사고와 300가지의 지나치기 쉬운 징후가 있었다는 하인리히의 법칙(1:29:300 법칙)과 오버랩 된다.
산업현장에서 국가나 사회에 보고되는 일은 사망이나 중상이다. 경상은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거나 재해자 본인이 숨기고 처리할 수 있다. 22년 동안 데이터센터가 없이 외주를 준 카카오는 화재로 인한 서비스 먹통 사태를 그전에도 경험했다. 2012년 4월 28일 LG CNS 가산 데이터센터의 전원장치 사고로 4시간 이상 불통되었던 사고가 있었다. 카카오는 서버도 위기대응도 외주를 주고 있기에 재발방지라는 기본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빙산의 일각이 대형사고가 된다. 위기의 시그널을 감지하라는 버드의 빙산이론(1: 10: 30: 600)은 하인리히 법칙에서 한 발 더 나간 이론이다. 하인리히의 법칙에 더해 사고가 날 뻔한 ‘아차사고’까지 통계 범위에 넣어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백업분산, 먹튀 상장 억제, 혁신과 상생의 정신으로 카카오에게 ‘신뢰의 흑자(黑子)’란 숙제를 풀 시간이 다가왔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업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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