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美와 中·러 사이에서 요동치는 중동

2022. 11. 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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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다음 달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 줄이기로 지난 5일 합의했다.

석유 감산 결정 후 미국이 불이익을 경고했는데도, 모하메드 대통령은 러시아를 방문한 것이다.

서방측 제재가 심각한 상황에서 UAE는 러시아 기업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발판 역할을 한다.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제재가 조기에 완화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가스 부족으로 힘든 유럽에 우회해서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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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다음 달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 줄이기로 지난 5일 합의했다. 대러 제재와 물가 안정을 위해서, 특히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OPEC의 협조가 절실한 데 난감하게 됐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미국산 무기 판매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은 오직 경제적 결정이었다고 맞서면서 오히려 미국이 중간선거를 의식해 감산을 1개월 늦춰달라고 요청했다고 암시했다.

지난 25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막된 국제투자회의인 ‘사막의 다보스포럼’에 사우디아라비아는 과거와 달리 미국 정부 관료들을 초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지난 17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 러시아가 핵심인 브릭스(BRICS)에 가입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최대수입국인 중국과 에너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푸틴은 UAE(아랍에미리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지난 11일 정상회담을 했다. 석유 감산 결정 후 미국이 불이익을 경고했는데도, 모하메드 대통령은 러시아를 방문한 것이다. 양국은 경제영역에서 협력을 강조했다. 서방측 제재가 심각한 상황에서 UAE는 러시아 기업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발판 역할을 한다. 4000여 개 러시아 기업이 이미 UAE에서 활동 중이다. UAE는 미국의 엄포에 굴하지 않는 모습이다. UAE는 작년 12월 미국의 F-35 전투기 대신 프랑스의 라팔과 중국산 전투기를 구매했다. 양국 간 관계에 이미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준다. UAE는 지난 9월 중국,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에 다이얼로그 파트너로 합류했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19일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할 수 있는 가스 허브를 튀르키예에 건설하기로 러시아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푸틴은 튀르키예에 유럽 최대 가스 허브를 만들고, 사실상 폐쇄된 노르트스트림으로 공급할 수 없는 가스를 이 허브를 통해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튀르키예에 러시아 가스를 공급하는 첫 번째 튀르크스트림은 이미 2020년 운영을 시작했다. 두 번째 튀르크스트림 파이프라인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제재가 조기에 완화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가스 부족으로 힘든 유럽에 우회해서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유럽으로 향하는 에너지 허브가 되는 건 튀르키예의 오랜 꿈이었다.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파워도 증가할 것이다. 미국산 LNG와 비교해 양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 과연 서방측이 이를 용인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한 러시아 기업들에 튀르키예는 서방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 EU와 관세동맹을 체결한 튀르키예에서 러시아 기업이 생산하면 제재를 피해 유럽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 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이미 상하이협력기구에도 다이얼로그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데, 정회원이 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

러시아의 다음 행보는 카타르와의 협력이 될 것이다. 카타르는 터키의 우방이기도 하다. 러시아, 카타르, 그리고 최근 여러 방면에서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해온 이란 세 나라가 전 세계 가스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새로운 냉전이 격화되는 요즘, 중동의 주요 국가들의 빠른 행보는 세계질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동기 '지정학의 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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