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넷 목회자가 국민일보에 ‘전도 광고’를 게재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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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자 국민일보 '더 미션' 첫 페이지 하단에는 이색적인 광고가 실렸다.
광고를 게재한 목회자의 이름과 연락처, 전도를 독려하는 문구가 빼곡하게 담긴 광고였다.
직접 이런 문구를 작성해 광고를 게재한 이는 박종범(84) 목사였다.
고인의 후원 덕분에 가능했던 한 스포츠 신문의 광고 속 문구는 국민일보에 실린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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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자 국민일보 ‘더 미션’ 첫 페이지 하단에는 이색적인 광고가 실렸다. 광고를 게재한 목회자의 이름과 연락처, 전도를 독려하는 문구가 빼곡하게 담긴 광고였다.
“참으로 인생도 빠르고 세월도 빠르네요. 벌써 내 인생이 떠나야 할 종점인가요? 죽으면 끝이라고요? 절대 아닙니다. 또다시 내 영혼의 영생 삶이 시작됩니다. 반드시 예수 믿고 천국 가야 합니다!!!”
직접 이런 문구를 작성해 광고를 게재한 이는 박종범(84) 목사였다. 31일 충남 천안에 있는 박 목사의 자택을 찾아 그에게 광고를 싣게 된 경위부터 물었다. 그는 전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런 말을 반복했다. “한 영혼이라도 더 구원하는 게 우리의 소명 아니겠습니까.”
박 목사는 충북 진천 출신으로 청주의 한 사범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교편을 잡았다. 누가 봐도 순탄한 삶이 예정된 인생이었다. 한데 교사 생활을 2년쯤 했을 때 부흥회에 갔다가 하나님의 은혜를 실감하면서 목회자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1960년 대전신학대(현 목원대)에 입학했고 66년 충남 당진 대촌감리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천안중앙감리교회(현 하늘중앙교회)에서 시무를 하다가 1984년 미국 이민을 떠났고, 89년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는 서울 예광감리교회, 경기도 평택 신정감리교회 등을 섬기다가 2010년 은퇴했다.
박 목사가 국민일보에 광고를 실은 정확한 경위를 알려면 고(故) 박종명 목사와 관련된 이야기부터 살펴야 한다. 박 목사의 친형이었던 고인은 생전에 문서 선교에 관심이 많았다. 신문에 전도 광고를 실으려는 교회나 단체들에 후원금을 기탁하곤 했다. 고인의 후원 덕분에 가능했던 한 스포츠 신문의 광고 속 문구는 국민일보에 실린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아, 벌써 내 인생이 종점인가요? 반드시 예수 믿고 천국 가야 합니다.” 고인은 3년 전 세상을 떠나면서 박 목사에게 이런 부탁을 남겼다. 문서 선교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박 목사가 국민일보에 광고를 내게 된 배경엔 형의 이런 뜻이 담겨 있었다. 박 목사는 요즘도 틈틈이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전도지를 나눠주곤 한다.
신문에 광고를 게재할 정도면 박 목사의 경제적 형편이 넉넉할 거라고 넘겨짚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현재 그는 매주 4일씩 자택 인근 교회에서 경비로 일한다. 저녁 7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이 교회에서 문단속이나 방역 활동 등을 하면서 받는 일당은 2만5000원이다. 광고에 들어간 비용은 교단에서 받은 몇 달치 은급과 정부에서 주는 기초노인연금을 모아 마련할 수 있었다.
신문에 광고가 실린 뒤 박 목사에겐 격려와 감사의 뜻이 담긴 전화나 편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런데 그중엔 박 목사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직접 신문 광고를 내니 제가 돈이 많을 거로 생각하는 분이 많더군요. 전화로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면서 후원을 요청하는 이도 여럿 있었어요. 이들에게 5만원이나 10만원씩 보내줬습니다. 사기를 당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교회에 나가 열심히 예수를 믿겠다고 말하니 어쩔 수 없더군요.”
박 목사에게 광고에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는지, 광고를 보게 된 이들이 어떤 생각을 했으면 하는지 물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이웃을 존경하고 생명을 사랑했으면 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우리의 형제이고 가족이다. 크리스천이라면 모든 이의 영혼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자의 삶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목회자가 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다면 저는 다시 목회의 길을 걸을 겁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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