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전형적인 '군중 눈사태'"…日전문가 지적한 원인
일본인 2명을 포함해 156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는 밀집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겹쳐 쓰러지는 '군중 눈사태(群衆雪崩)'로 인한 사고로 판단된다고 일본 전문가들이 진단했다. 일본 언론들은 1일 이번 한국의 사고는 인파가 몰리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전문가들의 분석 및 대책을 게재했다.
도시방재 전문가인 히로이 유(広井悠) 도쿄대 교수는 1일 자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를 '군중 눈사태'로 설명했다. 군중 눈사태는 1㎡당 10명 이상이 밀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넘어지거나 주저앉을 경우, 균형을 잃은 주변 사람들이 차례로 빈 공간 방향으로 쓰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발생 원인으로는 ▶중간에 폭이 좁아지는 도로에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경우 ▶군중을 유도하는 경비 태세가 불충분할 경우 ▶사람들이 그 자리를 빠져나가려 흥분 상태가 된 경우 등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1㎡당 10명 이상이 있으면 군중 눈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보통 만원 전철의 경우 1㎡당 6~7명 수준이다.
2001년 7월 일본 효고(兵庫)현 아카시(明石)시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에서는 1㎡당 인원수가 최대 13~15명에 달했다고 이후 출간된 사고 보고서는 밝혔다. 당시 불꽃놀이를 보러 온 관람객들이 행사가 끝난 후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보도교(인도교)로 몰리면서 11명이 사망하고 18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군집 매니지먼트를 연구하는 니시나리 가쓰히로(西成活裕) 도쿄대 교수도 1일 자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이태원 사고를 "전형적인 군중 눈사태"라고 지적했다. 니시나리 교수는 영상으로 이태원 현장 상황을 보고 "1㎡에 15명 정도가 서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선 채로 압사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 상황에서 가슴 압박 피하는 게 중요"
아카시시 압사 사고의 조사위원을 맡았던 효고현립대 무로사키 요시테루(室崎益輝) 명예교수(방재계획학)는 군중 눈사태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몰리는 길을 일방통행으로 하는 것 ▶인파가 한 자리에 멈추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요미우리에 밝혔다.
일본은 아카시시 사고 후 경비업법을 개정해 경비 항목에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 대한 '혼잡 경비'를 신설했다. 경찰관 출신으로 경비회사를 운영하는 마쓰마루 토시히코(松丸俊彦)는 1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혼잡 경비의 기본 규칙은 사람이 밀집하지 않도록 ▶천천히 이동시킨다 ▶사진을 찍으려 멈추는 행동 등 불규칙한 움직임을 가능한 한 줄인다 등이라고 설명했다.
군중 눈사태 상황에 말려들었을 경우, 가슴 압박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닛케이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무언가 고정된 물건을 잡는 것에 더해, 가방이나 팔 등으로 가슴을 가려 흉부를 지킬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전했다.
시부야 핼러윈, 사고 없이 끝나
지방자치단체들도 각종 행사의 혼잡 경비를 강화한다. 5~6일 기후(岐阜)시에서 3년 만에 열리는 '기후 노부나가공 기마 무사 행렬' 행사에는 인기 그룹 스맙(SMAP) 출신 배우 기무라 다쿠야(木村拓哉)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역할로 퍼레이드에 참가해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지 지자체는 사람들이 모일만한 장소인 JR기후역 앞 계단 등의 사용을 금지하고 행사장 곳곳에 경찰을 배치하는 등 안전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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