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봉사 활동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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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림 기자]
▲ 견사에 있는 녀석들 견사 철망 안에 갇힌 녀석들이 봉사자를 쳐다보고 있다. |
ⓒ 송혜림 |
대형견 수 백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서울 외곽의 A 견사. 견사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들리는 개 짖는 소리는 우렁찼습니다. 견사 상주 봉사자님이 강조한 주의사항은 세 가지.
'마음대로 간식 주지 말 것, 물릴 수 있으니 함부로 만지지 말 것, 사진 찍느라 일에 소홀하지 말 것.'
전 마침 코를 철망에 콕 박은 채 킁킁대는 진돗개 한 마리를 찍으려 올린 손을 슬그머니 내려야 했습니다.
▲ 노견 '연주' 작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노견 '연주' |
ⓒ 송혜림 |
▲ 견사에서 만난 녀석 견사에 갇힌 진돗개 한 마리가 코를 내밀고 있다. |
ⓒ 송혜림 |
이곳 견사에 들어 온 아이들은 모두 사연을 갖고 있습니다. 차도에서 뺑소니를 당한 아이, 보신탕 집에서 구출된 아이, 파양을 거듭한 아이···. 연주는 어떤 사연으로 이 곳에 오게 됐을까요. 손을 살짝 코에 갖다대니 '킁킁' 대며 꼬리를 흔드는 녀석.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서도, 여전히 사람을 좋아하는 연주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다른 봉사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컨테이너를 나서며 다시 한 번 더 연주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그 자리 그 대로. 봉사자들의 등을 가만히 지켜보던 연주. 그리곤 늘 그랬다는 듯 다시 고개를 천천히 뉘이고 잠을 청했습니다.
▲ 견사에서 만난 녀석들 견사에 있는 진돗개 2마리가 봉사자를 쳐다보고 있다. |
ⓒ 송혜림 |
그 중에서도 흰 진돗개 한 마리가 설거지를 마칠 때까지 고집있게 짖어댔습니다. 뭔가를 말하려는 듯 제게 시선을 고정하면서 말입니다. "난 너 도와주러 온 거야. 그렇게 짖으면 되겠어?" 저는 결국 한숨을 쉬며 그 녀석과 눈을 마주쳤습니다. 아, 그 녀석의 날선 울음소리가 순간 이렇게 들리는 듯 했습니다.
"너도 한 번 오고 말거지?"
▲ 견사에서 만난 녀석 견사에서 한 진돗개 한 마리가 서 있다. |
ⓒ 송혜림 |
"하루의 애정만 주고 또 오지 않는 봉사자들이 많아요. 아이들은 찰나의 애정을 평생 그리워하며 살아가요."
저도 처음엔 그저 경험 차 방문한 봉사였습니다. 그리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얼굴이 벌개졌습니다.
견사의 하루는 매일 변함없이 흘러갑니다. 철장 안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때에 맞춰 배부되는 사료를 먹습니다. 철장 내 같이 사는 친구들과 투닥대고, 푸른 하늘을 몇 번이고 올려다 보면, 또 다시 밤이 찾아옵니다.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그러니 봉사자들은 녀석들에겐 '특별한 사건' 입니다. 매일 만나는 새로운 얼굴, 따스한 눈빛과 손길, 이름을 부르는 밝은 목소리. 한 번의 방문이라도 녀석들에게 사람과의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보자, 애들아."
봉사가 끝난 뒤 견사를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한 녀석이라도 분양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여유 있는 상황이 못 된다는 것도 속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주 찾아 오는 것만이 제가 사랑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이겠죠.
등 뒤로 파도처럼 밀려 들리던 녀석들의 짖는 소리. 그게 작별 인사인지, 원망인지, 배웅인지는 아쉽게도 알 길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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