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투 금지, 1년 계도기간 준다…“시행 3주 앞두고 정책 후퇴”
24일부터 시행되는 편의점 비닐봉투 금지 등 일회용품 규제를 앞두고 환경부가 1년 동안 계도 기간을 주기로 했다. 시행 초기 소비자의 혼란과 업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시행을 불과 3주 앞두고 규제를 사실상 1년 유예한 조치에 대해 정부의 일회용품 정책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환경부는 “최근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24일부터 시행되는 일회용품 줄이기가 현장 부담을 줄이면서도 실질적인 감량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세밀한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젓는 막대 및 종이컵 사용금지에 대해서는 1년 동안 참여형 계도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정선화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이번 계도는 그간의 방치형 계도와 달리 사업자의 감량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고 지원함으로써 자율 감량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조치”라며 “계도기간 중에는 소비자 요구, 사업장 상황으로 인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금지 사항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행 3주 앞두고 왜?…“업주와 소비자 갈등” 우려
카페·식당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도 더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플라스틱 컵만 매장 내 사용이 금지됐지만, 앞으로는 종이컵도 사용할 수 없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나 젓는 막대 제공도 금지된다.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는 스타벅스처럼 모든 카페가 플라스틱이 아닌 친환경 빨대를 써야 한다.
새롭게 적용되는 일회용품 사용 제한 규제를 지키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시행을 앞두고 업주들의 부담과 소비자들의 혼란 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환경부는 규제 시행을 앞두고 1년간의 계도 기간을 포함한 보완책을 내놨다.
정 국장은 “가장 걱정하는 게 소비자와 갈등 문제다. “(제도가 안착하려면) 매장의 준비와 소비자 인식 개선이 함께 전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신 환경부는 계도 기간 동안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이 보이지 않게 하고, 무인 주문기(키오스크)에서 주문할 때 ‘일회용품 미제공’을 기본값으로 하는 등 ‘행동변화 유도형(넛지형) 감량’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일회용품 규제가 모호한 부분도 손보기로 했다. 예를 들어 편의점 등에서 즉석조리식품이나 냉동식품을 가열만 해 판매하는 경우에는 나무젓가락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코로나 이후 폐플라스틱 18% 증가…“환경부 역할 포기”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생활계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19년 418만t에서 지난해 492만t으로 18%가량 증가했다. 주요 카페(14개)·패스트푸드점(4개) 가맹점의 일회용컵 사용량도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간 약 7억 8000만 개(2017~2019년 평균)였지만 지난해 10억 2000만 개로 늘었다.
전국 47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을 20% 감축하겠다면 첫 번째로 해야 하는 일이 일회용품 사용 규제”라며 “참여형 계도, 자율감량 등을 내세운 환경부는 정책 시행 주최로서의 역할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지난해 말부터 이미 정책 시행이 예고됐는데도 1년 가까이 아무런 조치도 없다가 시행을 3주 앞두고 갑자기 계도 기간을 준다고 하면 업주와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혼란만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태원 토끼머리띠' 지목된 男 "나 아니다"…꺼낸 증거 보니 | 중앙일보
- 이찬원 "노래 못해요"…이태원 참사 애도했다가 봉변, 무슨일 | 중앙일보
- The JoongAng Plus 런칭기념 무료 체험 이벤트
- "사람 죽고있다, 제발 돌아가라" 그날 목 쉬도록 외친 경찰관 | 중앙일보
- "딸 업고 1㎞ 뛰었다"…'살려줘' 딸 문자에 이태원 달려간 아빠 | 중앙일보
- "옷 찢긴 심정지 언니에 맨투맨 입혀준 '이태원 은인' 찾아요" | 중앙일보
- "팔다리만 밟혔어도 무조건 병원가라" 심정지 경고한 의사 왜 | 중앙일보
- "하늘서도 외롭지 마라"…초등생 때부터 단짝 친구 나란히 빈소 | 중앙일보
- [단독] 해밀톤호텔 불법 건축이 '3.2m 병목' 만들었다 | 중앙일보
- '3시간 CPR' 의사 절망한 그때…"홍대서 더 마실까" 이말에 소름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