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300억달러 돌파…믿었던 반도체마저 ‘먹구름’

세종=이준형 2022. 11. 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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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무역적자 356억달러…1956년 이래 최대치
수출 '대들보' 반도체도 역성장…3개월 연속 감소세
대중 교역도 악화일로…'킹달러'도 무역수지 악영향
산업부 "무역적자 엄중히 인식…수출 활력에 총력"
10월 1∼20일 수출 5.5%↓…무역적자 50억달러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지난달 21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감만 부두의 모습. 지난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이 1년 전보다 감소하면서 2년 가까이 이어지던 수출 증가세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반도체 수출과 대중(對中) 수출의 감소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입은 1년 전보다 늘면서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4억1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 감소했다. 2022.10.21 handbrothe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올해 연간 무역수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올 들어 월간 무역수지가 7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무역수지 ‘대들보’ 역할을 하는 반도체 수출도 역성장 늪에 빠졌다. 정부가 수출 활성화 정책 집행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무역 여건은 어두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무역적자는 약 356억달러로 집계됐다. 무역통계가 작성된 1956년 이후 66년 만의 최대치다. 국책 연구소인 산업연구원이 지난 5월 예상한 연간 무역적자(158억달러)를 이미 2배 이상 넘어섰다. 올 4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쌓인 결과다. 지난 8월 무역적자는 94억7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무역적자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 수입액 급증이다. 올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커지며 원유,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한 영향이다. 국제유가는 최근 90달러 안팎을 횡보하고 있고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가는 등 국제 에너지 값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올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9~98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도 ‘먹구름’

반도체 수출이 꺾였다는 점도 악재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92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4%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8월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후 3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약세, 재고 누적 등의 여파로 D램,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가격이 꾸준히 하락한 영향이 크다. 실제 D램과 낸드플래시 수출물가지수는 올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저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서 반도체 수출이 내년 상반기 이후 반등할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다"면서 "코로나19로 2020년과 지난해 반도체 수요가 과도하게 늘어나 올해 수출이 상대적으로 적어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달러 박스’ 역할을 했던 중국과의 교역은 악화일로다. 지난달 대(對)중국 수출액은 121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7% 줄었다. 중국이 주요 도시를 봉쇄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며 반도체(-23.3%), 석유화학(-20.5%), 일반기계(-27%) 등 주요 품목 수출이 일제히 위축된 영향이다. 대중 수출은 지난 6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다.

킹달러 ‘겹악재’

킹달러(글로벌 달러화 강세)도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2~3분기 무역적자 중 60억달러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로 인해 발생했다고 봤다. 달러 가치가 모든 통화 대비 상승하면 수출입 물량 감소 폭이 커져 무역수지를 악화시킨다.

한편 산업부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이날 오전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제3차 수출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무역적자가 최근 7개월 연속 이어진 만큼 정부와 업계가 수출 활력 제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에 참석한 반도체, 자동차, 정유 등 업종별 협회 관계자들은 모두 올 연말까지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 본부장은 "정부는 연속되는 무역적자에 수출마저 감소세로 돌아선 최근 무역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출 활력 제고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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