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하나 사과하는 사람 없어"…휴전 하루 만에 고개 드는 책임론

강주희 2022. 11. 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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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할 줄 모르는 정부…" 날 세운 민주당
국민의힘 "추궁 아닌 추모의 시간" 책임론 경계
與 일각 "이상민 파면" "대국민 사과" 요구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이태원 참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여야는 정쟁을 자제하고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야권을 중심으로 '정부 책임론'이 고개를 드는 모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참사를 '인재(人災)'로 규정하고, 정부를 향해 "누구 하나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추궁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며 직접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다만 여당 일각에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 '대국민 사과'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초당적으로 신속하게 협력하겠다" "현재로서는 수습과 위로에 총력을 다할 때"라면서도 참사의 책임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막을 수 있었던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도 많다"라며 "사전 예방조치나 현장 안전관리, 사고 초동대처 등에 미흡함은 없었는지 꼼꼼하게 살펴서 국민적 의구심과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정부 당국이)'영혼 없는 사과는 하지 않겠다' '우리가 주최한 행사는 아니다' '그 정도로 많은 인파가 아니지 않느냐' 이런 말만 내뱉고 있다"면서 "지금은 사고 수습이 우선이지만, 과연 어떤 예방과 대비책을 정부가 가지고 있었는가? 따져 묻고 싶은 것들도 참 많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무능한 정부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슬퍼할 줄 모르는 정부, 미안해할 줄 모르는 정부 감당하기 참 괴롭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지적에 '지금은 애도의 시간'이라며 직접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가 애도 기간인 만큼, 정쟁으로 비칠 수 있는 언행은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정부·여당을 향한 책임론 확산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비대위 회의에서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며 "이런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대비책을 만드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해선 질책이 이어졌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이태원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평시와 비슷한 수준의 병력이 배치되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라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기현·윤상현·조경태 의원 등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그런 언행은 조심했어야 한다" "설득력 있는 표현은 아니었다" "공직자는 국민에 대해 무한책임을 가져야 한다" 등 이 장관 발언에 유감을 표했다. 이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 경찰이든 지자체든, 그게 정부가 해야 했을 일"이라며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형수 의원은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1일 MBN과의 인터뷰에서 "추모의 시간에 맞는 발언을 해야 했는데, (이 장관) 발언은 오히려 추모의 시간을 갖는 데 방해가 되는 발언"이라며 "이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야당도 추모의 시간을 갖는 의미를 되새겨서 지나친 정쟁으로 발언 자체를 몰고 가는 건 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전날 "국민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 입장을 냈다.

한편, 이 장관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에 "현재 경찰에 부여된 권한과 제도로는 이태원 사고처럼 주최자가 없는 집회 시위는 예방이나 선제 대응이 어렵다는 발언으로 이해한다"며 "앞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고 이 장관도 그런 취지에서 발언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 장관을 두둔한 것으로, 파면·대국민 사과 등의 주장엔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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