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어른들은 이번에도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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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인 1992년.
당시 최고의 팝스타는 단연 '뉴키즈 온 더 블록'이었다.
그들의 안전을 지킨 것은 경찰과 지역사회의 어른들이었다.
어른들은 젊은이들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고 했지만 문제는 공연 주최측이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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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잘못 되돌아봐야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30년 전인 1992년. 당시 최고의 팝스타는 단연 ‘뉴키즈 온 더 블록’이었다. 백인 청년들로 구성된 미국의 보이밴드는 지금 방탄소년단(BTS) 이상의 인기를 구가했다. 그들이 내한했다. 청소년들의 이목이 쏠린 건 당연한 일. 결과는 비극. 스타를 가까이에서 보겠다는 욕심이 50명의 관객을 다치게 했다. 여고생 1명은 결국 세상을 등졌다.
그보다 12년 전인 1980년 6월.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가수 레이프 가렛이 한국에 왔다. 10대와 20대 여성 관객들이 열광한 건 당연한 일. 철부지 아이들의 치기라고 비판하는 기사가 이어졌다.
시계를 조금 더 돌려보자. 1969년 10월 영국 팝스타 클리프 리처드가 방한하자 김포공항과 공연장에 몰려든 소녀팬들의 모습은 기성세대에 충격을 줬다. 사고는 없었지만 속옷을 벗어 던지고 실신해 들려나가는 관객의 모습은 당시 대한민국에 허용된 모습이 아니었다.
2022년 10월29일. 핼러윈 파티를 위해 이태원에 모인 10만명이 넘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무분별한 서양 문화 추종이었다. 시각이 이러니 준비가 제대로 됐을 리 없다. 미국 중심의 축제인 핼러윈 데이를 축제의 날로 즐기는 젊은이들이 정말 문제일까.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핼러윈 데이를 지난해는 현장에서, 오늘은 방금 유튜브로 지켜봤다. 맨해튼의 핼러윈 퍼레이드는 대규모 인파가 몰려든다. 뉴욕 경찰은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길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주변 골목까지 꼼꼼히 살폈다. 뉴욕 경찰이 다 동원된 듯했다. 많은 인원이 몰려 불편하기는 했지만 위험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은 없었다.
우리의 핼러윈 문화가 미국과 다른 부분도 있다. 뉴욕 특파원 근무 당시 목격한 핼러윈 문화는 180도 달랐다. 가족들은 함께 호박을 파 ‘잭오랜턴’을 만들고 옆집과 경쟁하듯 집을 치장하고, 아이와 어른이 함께 핼러윈 코스튬을 입고 이웃집들을 방문해 사탕을 달라며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을 외친다. 이것만이 핼러윈의 모습은 아니다. 청년들은 친구들과 함께 한껏 치장을 하고 맨해튼에서 열리는 핼러윈 행진을 지켜보며 10월의 마지막 날을 만끽했다. 맨해튼의 홍대 격인 그리니치빌리지는 젊인이들이 끼를 발산하는 현장이었다. 그들의 안전을 지킨 것은 경찰과 지역사회의 어른들이었다.
젊음을 발산하는 것은 청춘의 특권이다. 그 젊은이들이 사회 발전을 이끌기 마련이다. 어른들의 걱정을 자아냈던 92년, 80년, 69년의 젊은이들은 한국을 세계 7위의 경제국가로 이끌어냈다. 그런데 이번에도 어른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젊은이 156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들을 지키지 못한 건 어른들이다. 내가, 우리가 틀렸다.
답답하다. 지난달 15일 ‘2022 이태원지구촌축제’ 개막식 현장에서 인사말을 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묻고 싶다. 정말 인파를 예상하지 못했는가.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발언은 또 어떤가. 다시 1992년을 회상해본다. 어른들은 젊은이들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고 했지만 문제는 공연 주최측이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탓이다. 문제는 어른이다.
백종민 오피니언부장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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