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공세에도 '불신의 불' 꺼지지 않는 시장
PF유동화증권 부정적 투심 '여전', 캐피탈채도 9%대 거래
"정부 정책 실효성 논하기 일러, 美 금리 인상 속도 지켜봐야"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정부가 50조원이 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해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의 반응은 차디차다. 1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31일 기준 CP금리는 4.63%를 기록해 연중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ABCP(자산유동화증권) 지급보증거부 사태를 기점으로 폭주하기 시작한 CP 금리는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규모유동성지원 정책에도 꿈쩍 않는 모습이다. 현재 CP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7.26%) 이후 연일 최고수준을 경신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확산됐던 지난 2020년 3월(2.2%) 금리 수준과 비교하면 곱절이나 올랐다.
크레딧물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일 기준 회사채 무보증 3년물(AA-) 금리는 5.58%로 집계됐는데, 코로나19 발발 당시(2.2%)보다도 3%포인트나 높다.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지원 정책이 발표되기 이전인 지난 21일 금리 수준(5.736%)보다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며 상승과 하락을 오가고 있다. 회사채 투자 심리를 확인할 수 있는 크레딧 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뺀 것)도 고공행진이다. 전일 기준 회사채 스프레드는 144bp를 기록, 연중 최고수준으로 올라섰다.
그나마 국채 금리는 내림세를 보였다. 국고채 3년 4.18%과 국고채 5년 4.26%물은 지난 21일 보다 각각 0.31%P, 0.43%P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채권운용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가 시장 안정화 대책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국고채 지표물(최근 발행된 채권)은 그나마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시장이 소화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비지표물은 거의 거래되지 않고 있다”며 “크레딧, 단기물의 경우 내놓아도 사가는 사람이 없다 보니 금리 수준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50조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에 에어 한국은행이 적격담보증권 대상 확대 등을 통해 자금경색 해소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시장참여자들은 향후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상황 등에 따른 신용리스크를 우려해 투심을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금리인상 등 부동산 시장 침체가 예견되면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유동화한 단기물(CP, 전자단기사채)에 대한 부정적인 투심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전일 유안타증권(A1)이 사모사채인수확약에 나서 최고등급을 받았던 '와이케이왕지제일차' 전단채(ABSTB)는 잔존일 4일을 남겨놓고 유통시장에서 12%대의 높은 금리에 거래됐다.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 우려가 이어지면서 우리금융캐피탈, KB금융캐피탈 등 우량캐피탈채들도 9% 금리에 거래가 이뤄졌다. 올해 1월만 하더라도 캐피탈채는 1~2% 수준에서 유통됐다.
채권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 정책으로 조금씩 거래가 트이겠지만 올해 말까지 완전한 해소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궁극적으로 시장 투심에 변곡점을 마련하기 위해선 금리 인상이 끝에 달했다는 신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강도에 따라 최종 금리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에 11월과 12월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에 대해 어떠한 언급을 이어갈지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채권운용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규모 유동성 지원에 나선지 한 달이 채 안된 상황에서 정책에 대한 실효성이 있다, 없다를 논하기는 이르고, 코로나19 때보다 더 큰 규모로 지원에 나선다고 말한 만큼 시간차를 두면서 정책 효과는 반영될 것”이라며 “12월에 Fed가 금리 속도 조절을 시사한다면 내년 연초 효과와 맞물려 시장 투심이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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