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이젠 ‘문학’할 때입니다"

이해림 헬스조선 기자 2022. 11. 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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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스스로 말하기만을 바랄 순 없습니다. 환자가 말하지 않은 건 의료진이 파악해야 합니다."

지난 토요일(29일) 개최된 2022년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연세대 치과대학 치의학교육학교실 김준혁 교수는 의료인에게 문학 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김준혁 교수는 "문학을 탐독하는 건 저자를 이해하는 과정"이라며 "의료인이 문학을 배우는 '서사의학'을 도입하면 환자의 투병을 그의 삶 속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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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추계학술대회서 문학교육 제안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추계학술대회가 지난 토요일(29일) 성료됐다./사진=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환자가 스스로 말하기만을 바랄 순 없습니다. 환자가 말하지 않은 건 의료진이 파악해야 합니다.”

지난 토요일(29일) 개최된 2022년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연세대 치과대학 치의학교육학교실 김준혁 교수는 의료인에게 문학 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한국 사회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않는 사회다. 이런 문화적 경향 탓에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질환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주치의에게 터놓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김준혁 교수는 "문학을 탐독하는 건 저자를 이해하는 과정"이라며 "의료인이 문학을 배우는 ‘서사의학’을 도입하면 환자의 투병을 그의 삶 속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와 의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 아래, 의료계 종사자들은 환자 친화적인 소통법에 관한 저마다의 견해를 펼쳤다.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일환 교수는 가족 단위 문화가 남아있는 한국 사회에서 환자의 투병은 가족의 투병이기도 하단 점을 짚었다. 그는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려면 그의 가족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며 “환자가 질환과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논의하는 장에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의 가족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아암 투병 중인 어린 자녀에게 자신의 병력을 알릴 것인가에 대해, 그는 ‘다 나을 것이다’ 보단 ‘죽을 수도 있지만, 잘 치료하고 있으니 희망을 품자’라고 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어린 자녀를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투병에 참여하는 일원으로 대해야 한단 관점이다.

문제적 행동을 반복하는 환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소통법도 화두였다.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김성재 교수는 환자가 건강을 위해 교정해야 할 행동을 반복할 때, 변화하지 않으면 환자가 마주할 부정적 결과를 경고하는 식으로 소통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문제 행동을 즉각 교정하려 드는 태도가 오히려 환자의 행동 변화를 막을 수 있단 것이다. 김성재 교수는 “환자의 행동은 의료진의 외압이 아닌 환자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서만 변화한다”며 “환자가 변화하고 싶어하면서도 변화를 망설이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도, 이를 변화하며 거치기 마련인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환자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보살피는 여성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의 돌봄 경험을 조명한 연구도 있었다. 학술대회 대상을 받은 성균관대 섬성융합의과학원 배가령 선임연구원이 주저자로 참여한 논문이다. 배가령 연구원은 “어머니가 암 투병을 시작하면 아버지나 아들보단 딸들이 돌봄을 전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어머니의 암 관해를 최우선 목표로 삼게 된 딸들은 자신의 미래에 열정을 쏟을 현실적·정신적 여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돌봄과 꿈을 맞바꾼 이들에게 특화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단 말로 학회의 마지막 발표를 마무리지었다.

서울대학교 간호대학에서 개최된 이번 학술대회는 2개의 기조강연과 2개의 초청특강, 1개의 자유 연제 발표로 구성됐다. 말미엔 배가령 연구원을 비롯한 우수 연구팀을 대상으로 한 시상식이 있었다.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함상근 회장(한일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은 “본 학회는 학술 활동, 의료커뮤니케이션 교과서 개정판 출간, 워크숍 개최 등 다방면의 활동으로 의료계 실무자들의 환자 이해를 도울 것”이라며 “코로나 19로 학회 활동이 주춤했으나, 이번 추계 학술대회를 대면으로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연구 활동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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