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금기시하는데…돼지머리 등장한 이슬람 사원 건립지, 왜
대구시 북구 한 주택가 이슬람 사원 건립 현장에 돼지머리가 등장했다. 돼지는 무슬림에서 금기시하는 일종의 혐오 동물이다.
대구 주택가 이슬람 사원 건립 현장에 등장
이슬람 사원 건축주 측은 1일 "누군지 모르지만 지난달 28일께 돼지 머리를 (우리)사원 공사 현장 인근 놓고, 지금까지 치우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돼지머리가 놓인 곳이 이슬람 사원 건립 공사 현장 옆 사유지라, (우리) 종교활동에 심각한 방해를 받고 있지만 직접 치우지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돼지 머리를 이용해 무슬림을 자극하는 사례는 몇 차례 있었다. 지난해 6월 라마단 기간에 캐나다 한 이슬람 사원 현관에 돼지머리가 놓였다. 2017년 5월 독일 한 이슬람 사원 건립 예정지에서도 돼지 머리 등을 꽂은 말뚝이 발견되기도 했다. 헝가리 한 정치인은 난민의 불법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에 (무슬림이 꺼리는) 돼지 머리 형상을 걸어두자”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돼지 머리가 등장한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현장에서는 사원 건축주 측과 주민 사이 갈등이 2년째 계속되고 있다. 사원 건립을 위한 공사 장비와 인력이 현장에 들어가려는 낌새만 보이면 주민들이 공사 진행을 막아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슬람 사원 건축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주거밀집지역에 3층 높이 이슬람 사원을 짓는 것은 생활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생활권 보장을 위한 시위를 혐오와 차별이라고 말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0년 모스크 건축 허가 이후 갈등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대구 북구가 2020년 9월 주택가에 모스크 건축을 허가하면서 시작됐다. 대구건축공사감리운영협의회가 고시한 건축허가표지에 따르면 해당 이슬람 사원 시설은 북구에서 ‘2종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연면적 245.14㎡를 포함해 지상 2층으로 180.54㎡ 증축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처음에는 공사가 문제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해 2월부터 철골 구조물이 설치되고 모스크 외형이 갖춰지기 시작하자 주민들이 관할 구에 민원을 제기했다. 재산권 침해와 소음 등을 이유로 주민 반대가 이어지자 북구는 공사를 중단시켰다.
북구와 건축주 측의 법정 공방도 있었다. 오랜 기간 이어진 법적 다툼은 최근 대법원이 건축주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된 상태다. 지난 9월 대법원은 이슬람 사원 건축주들이 북구청장을 상대로 낸 ‘공사 정지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공사 반대 측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소송전은 마무리가 됐지만, 갈등은 끝날 기미가 없다. 대법원 상고 기각 소식을 접한 공사 현장 일대 주민들이 이슬람 사원 건축을 계속 반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슬람 사원 건립에 찬성하는 이들은 대구 북구가 공사중지 행정명령으로 양측 갈등을 키운 만큼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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