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에 '강화된 조치' 협박…결국 '핵실험' 카드 꺼내나

정영교 2022. 11. 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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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군은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4일까지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은 '비질런트 스톰' 훈련에 참가한 한국 공군 F-35A 전투기가 청주기지 활주로를 이륙하는 모습. 공군 제공, 연합뉴스

북한이 한·미가 군용기 240여 대를 동원해 지난달 31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에 강력히 반발하며 "강화된 다음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격화된 것에 대한 책임을 한·미에 돌리며 더 높은 수위의 도발을 예고한 모양새다.

북한 외무성은 31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계속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가해오는 경우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며 "(한·미가)전쟁연습을 당장 걷어치워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앞으로 초래되는 모든 후과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 들어 28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다양한 도발을 감행하며 긴장 수위를 높여온 만큼 이날 담화에서 언급한 '강화된 조치'는 핵실험을 암시한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계속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가해오는 경우라는 가정을 달았지만, 결국 7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전략적 도발을 한차례가 아닌 연속적으로, 동시적으로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히 북한군은 지난달 8일 전투기 150대를 동원해 대규모 항공훈련을 진행했다. 가용 전력을 총동원한 전면전을 불사할 수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북한이 언급한 '강화된 조치'에 대해 일각에선 핵실험 전에 군용차량과 전차를 총동원한 대규모 지상훈련이나 해안 상륙훈련 등을 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중국의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9월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대형 타이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액만 1302만 달러(약 184억원)으로, 코로나 봉쇄 이전보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형 타이어는 군이 운용하는 대형 차량에 주로 사용되는 품목으로, 북한이 항공기를 동원한 훈련에 이어 재래식 육상 병력을 총동원한 군사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는 북한 외무성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빌미로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전가하고자 하지만,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여 유례없는 수준의 도발을 가하는 것이 누구인지는 국제사회가 모두 알고 있다"며 "정부는 북한이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를 언급하며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 이어지면서 미국 일각에선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 군축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일축하며 기존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3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지난해 대북정책을 검토한 이후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목표였으며 향후에도 변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이 지난달 27일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북한이 대화를 원하면 군축도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지난 금요일(28일)에 미국의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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