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데이였지만…적막감에 휩싸인 이태원·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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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오후 10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100여명이 한데 모여 있었다.
하지만 1번 출구 앞에서 몇 걸음만 벗어나면 이태원 일대엔 사람이 없었다.
대신 사람들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공간을 찾았다.
홍익대 일대 편의점 점주 조모씨(50)는 "이번 핼러윈 데이에 홍익대 주변을 찾아 온 사람은 지난 주말 대비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며 "평소 월요일과 다를 바 없는 인파다. 핼러윈 데이 특수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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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일대 대부분 가게 영업 멈춰
홍익대 일대 역시 차분한 분위기
합동분향소 앞 줄지어 기다려…우는 사람도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오후 10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100여명이 한데 모여 있었다.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최근 벌어진 참사 때문이다. 국화꽃을 놓거나 멍하게 바라보고, 또는 주저앉아 우는 등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참사 피해자들을 추모했다. 하지만 1번 출구 앞에서 몇 걸음만 벗어나면 이태원 일대엔 사람이 없었다. 핼러윈 데이, 적막감에 휩싸인 이태원이었다.
지난달 29일 155명이 숨지고 152명이 다친 이태원 참사로 인해 핼러윈 데이를 맞았지만 유흥가들은 잠잠했다. 사람들은 합동분향소 등 추모현장으로 향해 피해자들을 애도했다.
전날 이태원 일대에 위치한 가게들은 대부분 문을 열지 않았다. 이태원관광특구협의회가 전날까지 애도기간으로 설정하면서 100여개 업소의 영업을 중단키로 결정했지만 이외 가게들도 영업하지 않은 것이다. 거리엔 불조차 꺼져 있어 어두웠다. 이틀 전만 해도 길거리에 넘쳐났던 핼러윈 장식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사람들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공간을 찾았다. 인도 위엔 사람이 다니기 힘들 정도로 흰 국화가 빽빽하게 찼다. 추모공간을 찾은 김모씨(35)는 "참사 당일 두 명을 심폐소생술(CPR)을 했는데 모두 살려내지 못했다. 그 죄책감에 다시는 이태원을 오지 않으려고 했다"며 "하지만 도저히 눈앞에서 그 장면이 지워지지가 않아 이 현장을 찾았다. 여전히 마음이 힘들다"고 전했다.
다른 유흥가도 전혀 핼러윈 데이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전날 홍익대학교 인근 유흥가엔 이태원에 비해 많은 사람이 몰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핼러윈 데이보다 적은 사람들이 왔다고 인근 상인들이 전했다. 홍익대 일대 편의점 점주 조모씨(50)는 "이번 핼러윈 데이에 홍익대 주변을 찾아 온 사람은 지난 주말 대비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며 "평소 월요일과 다를 바 없는 인파다. 핼러윈 데이 특수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람도 적은 만큼 홍익대 일대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호박, 유령 등 핼러윈 데이 장식을 한 가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람들도 전혀 분장을 하지 않았다. 추모 기간이라 홍익대 일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길거리 공연(버스킹)도 진행하지 않아 길에 서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마포구청에서 마련한 홍익대 일대 합동분향소에 사람들이 몰렸다. 오후 9시가 넘는 시간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찾아 와 이번 참사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어떤 이는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마포구청 공무원 2명과 자원봉사자 6명은 조문을 하러 온 사람들을 차례대로 안내했다. 분향하러 온 장모씨(34)는 "한창 놀고 싶은 나이에 코로나19 3년 동안 계속해서 참았을 20대들이 참변을 당한 것 아니겠나. 너무나도 안타까워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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