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이상 고액자산가 300명에 물었다…"절세형 채권·저가 매력 韓 주식 투자"
신규 투자 계획 자산에 주식·채권 각각 30%로 공동 1위 기록
월 이자지급식 및 절세형 저쿠폰 채권 인기…韓 증시 저평가 '저가매수 채비'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고액자산가 김지산씨는 주식 시장 변동으로 올해 초 주식 계좌에서 돈을 죄다 뺐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최고세율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 일반 금융상품 투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느껴 고민하던 중 월 이자지급식 채권을 사들였고 동시에 발행일이 몇년 지난 저(低)쿠폰 채권도 대량 매수했다. 고금리의 월 이자지급식 채권을 매수해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거두면서도 발행 당시보다 현재 가격이 많이 떨어진 저쿠폰 채권을 저가에 사들여 향후 가격이 오르거나 만기 보유시 차익 실현을 할 수 있어서다. 저쿠폰 채권이란 채권 만기에 지급하는 액면 금리('쿠폰 금리'라고도 함)가 비교적 낮은 채권을 뜻한다. 시중 금리가 올라가면서 이런 채권의 유통 가격이 낮아졌는데, 이를 사서 만기 때 액면가로 팔면 이자 수익에 대해서만 과세(15.4%)가 되고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과세가 되지 않아 절세 효과가 있다. 김씨는 "일반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이자·배당소득이 발생할 경우 수익의 절반에 달하는 세금이 부과되어 투자에 부담이 컸지만 저쿠폰 채권을 활용하면 절세를 통해 세후 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 매력적"이라면서 "내년에도 이 같은 채권 투자를 이어가고, 한국 주식이 많이 싸진 만큼 주식에 다시 투자자금을 넣어 채권과 주식의 고른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30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 중 10명 중 6명은 내년 유망 투자자산으로 금리인상기에 안정성과 고수익 전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채권’과 저평가 상태의 ‘한국 주식’을 1순위로 꼽았다. 채권과 주식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해 고액자산가들의 돈(투자자금)이 채권으로 계속 몰린 가운데 내년에도 이 같은 흐름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더불어 올해 주식 시장의 변동성으로 돈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채권, 정기예금, 적금 등의 자산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거셌지만, 내년에는 다시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는 역머니무브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밸류에이션이 경기침체 상황까지 반영한 수준까지 하락한 만큼 큰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기 위한 주식 투자를 준비하고 있어 투자자금이 흘러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1일 아시아경제가 삼성증권과 함께 30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 304명에 대해 최근 2주일간 투자 관련 설문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비중을 늘리거나 신규투자 계획이 있는 자산에 주식과 채권이 각각 30%를 차지하면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반면 비상장주식, 파생결합상품(ELS, DLS 등), 사모 및 대체투자자산(리츠, 사모대출상품 등)은 철저하게 외면받았다. 그나마 부동산, 금, 은 등의 실물자산 투자 계획은 9%, 달러, 엔화 등의 외화 현금성 자산은 9%, 정기예금 및 적금은 13%의 비중을 차지했다.
채권을 통해 안정성과 리스크란 두 가지 투자 방법을 동시에 추구하는 고액자산가들의 '바벨전략'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금리형 상품 투자시 선호하는 상품에도 절세형 저(低)쿠폰 채권과 월 이자지급식 채권이 각각 21%, 20%를 차지하면서 1, 2위에 올랐다. 이외 달러 표시 해외 채권과 일반 금융채 및 회사채에도 각각 9%, 15% 응답을 차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투자를 선호하는 상품은 채권이 65%나 차지했다.
큰손들이 채권 상품 투자에 집중하는 이유는 금리인상기에 안정성과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서다. 고금리 채권을 매수해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거두면서 발행 당시보다 현재 가격이 많이 떨어진 저쿠폰 채권을 저가에 사들여 향후 가격이 오르거나 만기 보유 시 차익 실현을 할 수도 있다.
채권을 투자해 얻는 수익은 크게 주기적으로 이자수익과 매매차익으로 나뉘어 지는데, 15.4%의 이자소득세는 이자에 부과되고 매매차익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매매차익은 이자소득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유통되는 채권 중 과거 저금리시기에 낮은 표면금리로 발행된 저쿠폰채권의 경우 최근 금리상승으로 액면가대비 채권가격이 많이 떨어져 매매차익 부분이 커져 있다. 따라서 채권 투자로 얻어지는 전체수익 중 이자소득세를 내는 이자수익(표면금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 세금 부담을 낮추는데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올해 채권의 인기는 뜨거웠다. 실제 삼성증권의 3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의 저쿠폰 채권 매수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6.4배(9월 기준) 증가한 2조6000억원에 달하는 등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백혜진 삼성증권 SNI전략담당 상무는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세전 연 4%대의 안정적인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고(高)쿠폰 채권과 더불어 세금부담을 낮춰 세후 실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저(低)쿠폰 채권 매수를 병행하는 채권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큰손들은 내년에 두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한국 주식 시장이다. 한국 주식 시장의 저평가 매력을 느껴 저가 매수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주식 투자시 선호 국가로 '한국(47%)'이 '미국(36%)'을 제치고 1위를 한 설문 결과와도 부합한다. 이들은 국내 증시가 4분기에 저점(바닥)을 찍고 내년에는 회복(상승)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분기 코스피 예상 밴드로는 2000~2300을 예상하는 이들이 53%로 가장 많았고, 내년 상반기에는 2300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62%에 달했다. 올해 코스피가 4분기 바닥을 찍고 상승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짙다는 의미다.
김용구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국내외 증시는 이미 경기 침체 현실화까지 선반영한 수준"이라면서 "2023년 추가적인 리스크가 대두되지 않는다면, 하락 폭은 제한적이고 호재에 민감한 시장으로 성격 변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과 채권 두마리 토끼 투자 계획을 세운 큰손들의 응답자 77%는 2023년 세후 투자수익률 '5% 초과' 기대를 한다고 전했다. 높아진 금리 수준과 더불어 주식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이 같은 수익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3년 투자 연평균 수익률이 15% 이상이라고 한 응답 비중은 16%에 달했다. 5% 이상은 41%에 달했다.
내년에 예상하는 위험(리스크) 요인으로는 주요국 정치환경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꼽았다. 비중이 35%로 높았다. '금리인상(29%)', '인플레이션(27%)', '환율변동(8%)'은 이미 예측가능한 리스크에 대한 우려보다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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