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지성

이하정 2022. 11. 1. 10: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 을 읽고

[이하정 기자]

듣기 좋은 칭찬 중에 "교양 있다"는 말이 있다. 교양의 사전적 의미는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다. 교양 있다는 평가는 품위와 지식을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말일 것이다. 반대로 교양없다는 말은 교육과 공부를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치명적인 평가일 수 있다. 

요즘 서점에 '교양'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책들이 즐비한 것을 보면 교양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보게 된다. <시민의 교양>,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 등등. 이 책들만 다 읽으면 교양인이 될 것 같지만 과연 그럴까. 교양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우리는 교양인이 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이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해주는 책이 있다.
 
 <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페터 비에리, 은행나무, 2018)
ⓒ 은행나무
 
<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페터 비에리, 은행나무, 2018)은 프랑스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페터 비에리'의 교양과 문학에 대한 강연을 글로 옮긴 책이다. 1부 '교양이란 무엇인가'에서는 교양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제시하고, 2부 '이해의 다양한 모습'에서는 문학적 이해란 무엇인지 설명한다. 이 강연집은 교양의 역할과 필요성, 교양인의 특징, 문학 읽기의 중요성 등에 대한 저자의 명확한 견해를 간결하게 드러낸다.

페터 비에리는 철학자로서 <삶의 격>, <자기 결정> 등 다수의 철학서를 출간했고 '파스칼 메르시어' 필명으로 <리스본행 야간 열차> 등 여러 장편 소설들을 발표했다. 그는 인간의 정신 세계와 언어 철학 등 폭넓은 인문학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인 중에 한 명이다. 이런 저력을 가진 저자가 알려주는 교양 수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저자는 교육과 교양을 이렇게 설명한다. 다른 사람이 해 줄 수 있는 '교육'과 달리 교양은 스스로 혼자 힘으로 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듣는 것을 넘어 "내면의 변화와 확장을 이끌어내서 결국 행위로 이어"(p.27)져야 한다.

행위로 이어지려면 숙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끊임없이 다양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바로 해답을 찾거나 서둘러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다음 질문에 당도"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앎의 어려움"(p.31)을 아는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

교양인은 자신뿐 아니라 세상을 향한 질문을 던지면서 뻗어나가야 한다. 페터 비에리는 교양인의 특징을 몇 가지 짚는다.

세계에 대한 "호기심"(p.10)을 지탱하고, 세상이 쏟아내는 예상과 예측들에 "회의적인 거리를 유지"(p.16)한다. 또한 문화와 언어로 형성된 "역사의식"을 가지고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지역과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혹은 "다른 직업을 가지고 다른 사회계층에서 성장"(p.24)했다면 어땠을지 궁금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상상해보는 사람이다.

"사회적 상상력"과 "공감 능력"(p.36)은 교양인의 핵심적인 모습이며, 사회에서 요구하는 리더십 필수능력으로 손꼽힌다. 그 시작은 호기심을 가지고 거침없이 질문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표현하는 일이다. 

교양을 높여주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문학 읽기이다. 문학은 등장인물의 행동과 경험을 서술한 이야기다. 문학을 통해 자신을 깊이 이해한 경험은 다른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길로 나아가는 하나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교양인이 되는 것은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일이다. 쏟아지는 정보와 온갖 가짜 뉴스와 목소리들 속에서 가만히 당하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어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정리해준 교양이라고 명명하는 책을 읽기보다 여러 베스트셀러 중에 눈에 띄는 제목의 단편 소설을 한 권 골라서 스스로 읽어보자. 

제목은 왜 이렇게 정했는지,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같이 읽고 대화를 나눌 사람을 찾아보는 것도 시도했으면 한다. 작고 소소한 이런 움직임들이 모인다면 거대한 시류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교양인으로 자라나갈 수 있다. 

이 책은 교양과 문학에 대한 페터 비에리의 생각이 담긴, 얇으면서도 어렵지 않는 철학서이다. 교양, 문학, 언어 등에 대한 기본 개념이 잘 설명되어 있고 관련 내용들도 비유나 예시를 통해 친절하게 서술되어 있다.

다만, 처음 철학서를 읽는 사람은 읽기에 부담되거나, 여러 용어들로 구성된 응축된 문장들을 이해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펼쳐놓는 교양과 문학에 대한 사유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면서 재독과 필사를 권해본다. 교양을 쌓는 가장 가까운 방법 중에 하나일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