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처벌 가능할까?… 법조계 “책임 주체 불분명” vs “경찰 직무유기”

최석진 2022. 11. 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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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이나 부상과의 인과관계·예견가능성 인정 어려워
일각에서는 “경찰 직무유기죄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성립” 견해도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허경준 기자] 15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형사상 범죄가 성립하거나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생기기 위해서는 고의나 과실이 필요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경우 관리 책임을 부담할 행사 주체가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은 법적 책임을 질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통제를 위한 충분한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경찰의 직무유기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1일 검사장 출신 A 변호사는 “예를 들어 동호회나 동창회에서 자기들끼리 운동장에 모여서 체육대회를 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구청이나 경찰에서 책임을 지느냐”며 “경찰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경우에 대비한 각종 경비에 관한 규정이 있을 것이다. 국가적 행사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등에 대한,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국가적 행사도 아니었고 단지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미스런 일을 막기 위한 순찰 차원의 배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B 변호사 역시 “시설물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다수의 인원이 자유 의지로 거리로 나와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여서,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고 당시 골목 위쪽에서 “밀어”라고 소리치며 실제 사람들을 밀쳐낸 사람이 특정될 경우 과실치사상죄 내지 폭행치사상죄 성립을 검토해볼 여지는 있다. 실제 이태원 참사 수사에 나선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는 사고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와 사고 당시 장면이 담긴 현장 동영상 등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며 사고 당시 일부 시민이 앞 사람을 고의로 밀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C 변호사는 “당시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위쪽에 있던 사람들은 아래쪽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119 소방대원이 출동했는데도 그마저 ‘핼러윈 코스튬’을 한 가짜인줄 알았다지 않느냐”며 “아래쪽 사람들이 중간에 끼어서 압박을 받고 있다든가 넘어져 있는 것을 알고도 ”밀어“라고 외쳤거나 실제 밀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단지 올라가는 인파와 내려가는 인파가 맞닥뜨린 상황에서 밀고 내려가자는 취지로 소리친 것이라면 사망이나 부상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과적가중범인 폭행치사상죄의 경우 자신의 미는 행위(폭행)로 인해 앞쪽에 있던 사람들의 사망이나 부상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어야 하는데 인정되기 쉽지 않다는 것.

사고 당시 압사를 피해 테라스 난간 위로 올라오는 사람들을 막은 인근 주점 가드들의 경우에도 자신들의 행동이 상대방의 사망이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을지가 법적 책임 유무를 가를 전망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앞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닌 걸로 파악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이와 관련 검사 출신 D 변호사는 “경찰은 예방행정이 주된 임무인 조직”이라며 “신고하지 않은 불법 시위가 벌어져도 경찰이 출동하지 않느냐. 행사 주최 측이 있고, 없고가 관건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행정재량이 기속적 재량으로 좁아지는 상황이 있는데 바로 이런 상황이다. 경찰이 의무적으로 충분한 인력을 투입해야 할 책무가 발생했는데, 그 의무를 도외시했기 때문에 직무유기다.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D 변호사는 “지금 경찰이 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는데, 경찰이 수사 대상이다”라며 “경찰의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 검찰이 적절한 수사권을 행사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현재 검찰은 황병주 대검찰청 형사부장(검사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이태원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서부지검에 한석리 지검장을 반장으로 비상대책반을 꾸려 대응에 나섰지만 사건에 대한 수사보다는 경찰 수사를 지원하는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나 대형참사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이 사라졌기 때문에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 등에 대비해 법리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다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될 경우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르더라도 검찰의 자체 수사가 가능하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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