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자이언트스텝 예상되는 Fed, 관건은 12월…파월 입에 달렸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전 세계 통화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눈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입에 쏠려 있다. 사실상 이번 회의에서 추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관건은 올해 마지막이자 다음 회의인 12월 인상폭이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긴축 속도 완화 신호를 찾고자 하는 모습이다.
◆12월 FOMC서 고강도 긴축 VS 속도도절 '팽팽'
31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현재 11월1~2일 FOMC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89%이상 반영하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3.75%~4.00%가 된다. 이어 12월에는 자이언트스텝과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각각 47%대로 팽팽하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만큼 Fed가 고강도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 한편, 과도한 긴축으로 불필요한 경기침체가 초래되지 않도록 이제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월가의 많은 투자자가 오는 2일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Fed가 가까운 시일 내 금리 인상을 멈춰서거나 인상 폭을 줄일 수 있다는 신호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FOMC 위원들의 금리 경로 전망을 담은 점도표가 공개되지 않는다. 투자자들로선 파월 의장의 입을 더욱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는 "수요일(FOMC 성명과 파월 의장의 회견이 진행되는 2일)의 메시지는 향후 시장 기대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답변을 (잘못된 해석의 여지가 없게)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NY멜론의 제이크 졸리 수석투자전략가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12월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말해주는가"라며 "파월 의장이 비교적 조용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하지 않는다면, 이는 '매파'적으로 읽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데이터에 따를 것이라는 뜻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파월 의장으로선 이제 연속적인 자이언트 스텝의 정책효과가 한번에 경기를 덮칠 우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Fed 내부에서도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 등으로부터 향후 금리 인상폭에 대한 경계감과 함께 이러한 논의가 있음이 확인됐다.
최근 경기침체 전조 현상으로 여겨지는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역전현상이 최근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Fed가 무시하지 못할 추가 시그널이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이러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지적하면서 "Fed의 정책전환이 예상보다 빨라 질 수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10년물-3개월물 금리는 Fed가 10년물-2년물 금리 추세보다 더 강조해온 지표로 손꼽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출신인 경제학자 아르투로 에스트레야의 분석에 따르면 1960년대 후반부터 3개월물과 10개월물 금리가 역전된 이후 6~15개월 내에 반드시 경기침체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된다. 2023년 기업 실적을 둘러싼 우려가 잇따르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속도조절론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파월 의장이 12월 속도 조절을 시사할 경우, 이는 시장에 Fed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후퇴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우려점으로 꼽힌다. 앞서 파월 의장은 7월 회견이 비둘기적으로 해석되면서 시장 랠리로 이어지자, 이에 8월 잭슨홀 연설에서 초강경 긴축 방침을 밝히며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도록 애쓰는 모습을 보였었다.
이에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여전히 인플레이션 지표가 높은 수준을 나타내는 가운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결정할 경우, 그 배경으로 임금 상승률이 둔화됐다는 점을 앞세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Fed가 인플레이션을 낮추려하다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폴 볼커 전 의장이 직면했던 반발에 동일하게 처할 수 있다"면서 "파월 의장이 볼커의 길을 반복하지 않고 12월 0.5%포인트로 금리 인상 폭을 낮출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기업이익 감소폭이 우려만큼 크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Fed 긴축이 더 빨라질수도 있다. 과도한 낙관은 주의해야한다"고 선을 그었다.
◆Fed도 금리인상에 손해 "이자손실이 수익보다 더 커"
고강도 금리 인상에 나선 Fed 역시 금리인상으로 손해가 크다는 보도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시중 은행과 머니마켓펀드(MMF)에 지급하는 이자가 보유 채권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자 수익을 추월하면서 최근 몇 주간 Fed의 손실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Fed가 지난 14년간 양적완화 정책으로 사들인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 보유 자산의 평균 수익률은 2.3%다. Fed는 보유 자산에서 발생한 이자 수익을 재무부로 보내고 있는데, 지난해 이 금액만 1070억달러였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지난 10년간 재무부에 1조달러에 가까운 돈을 보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금리가 올라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11월에 추가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할 경우 Fed의 이자 순손실폭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바클레이즈는 Fed의 이자 순손실이 내년 6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24년 150억달러 손실을 기록한 후 2025년에야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다. 바클레이즈는 "이는 Fed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못미칠 것"이라면서도 "규모가 크고 새로운 것이기에 정치적 골칫거리를 야기할 수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지난 10여년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Fed는 보유 채권을 통해 많은 이자 수익을 얻어왔다"면서 "이제 이자 수입보다 더 많은 이자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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