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외국인 선수 활약, 역시 '구관이 명관'?

양형석 2022. 11. 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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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모마-야스민-옐레나 명불허전, 리드-카타리나는 아직 적응 중?

[양형석 기자]

지난 10월 22일에 개막한 도드람 2022-2023 V리그가 개막 열흘이 지나면서 팀 당 2~3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복귀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시즌 개막 후 2경기 연속 무실세트 승리를 따내며 초반 선두로 치고 나갔다. 지난 시즌 역사적인 성적을 올리며 정규리그 1위를 기록했던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도 두 경기에서 한 세트만 내주며 2승을 기록, 비교적 순조로운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반면에 지난 시즌 31경기에서 단 3승에 그쳤던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는 이번 시즌에도 2경기에서 유일하게 승리는커녕 승점 1점도 따내지 못하면서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밖에 중위권의 나머지 네 팀은 나란히 시즌 첫 승을 따냈지만 아직 기대했던 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물론 아직 1라운드 초반이기 때문에 현재의 성적과 순위가 시즌 끝까지 갈 확률은 높지 않다.

각 구단이 심혈을 기울여 선발한 7명의 외국인 선수들도 나란히 배구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IBK기업은행 알토스가 시즌 개막 직전에 외국인 선수를 아나스타시야 구르바노바에서 달리 산타나로 교체하면서 이번 시즌 V리그 유경험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개막 후 지난 열흘 동안 보여준 외국인 선수의 기량과 성적은 역시 V리그 신입생들보다는 유경험자들이 더욱 돋보이고 있다.

여전한 기량 선보이는 V리그 유경험자들
 
 GS칼텍스의 모마는 V리그 두 번째 시즌에도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 KIXX는 지난 시즌 득점(819점)과 공격성공률(47.30%) 부문에서 1위에 오르며 최고의 활약을 펼친 외국인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와 재계약을 했다. 그리고 모마는 이번 시즌에도 2경기에서 45.05%의 성공률(2위)로 56득점(공동1위)을 올리며 GS칼텍스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기량에 있어서 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모마에게 유일하게 우려되는 부분은 43.19%에 달하는 높은 공격점유율 뿐이다.

지난 시즌 서브 1위(세트당 0.44개)와 공격성공률 2위(42.81%)에 오르며 현대건설의 독주를 이끌었던 야스민 베다르트 역시 이번 시즌에도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야스민 외에도 양효진과 정지윤, 이다현 등 위력적인 토종공격수들이 많기 때문에 야스민은 2경기에서 41득점, 공격성공률 42.05%로 천천히 예열 중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시즌이 뜨거워지면 야스민의 공격비중도 함께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시즌 AI페퍼스와 KGC인삼공사에서 활약했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와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는 이번 시즌 각각 인삼공사와 흥국생명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10월 26일 기업은행과의 시즌 첫 경기에서 32득점을 올리며 기세를 올렸던 엘리자벳은 29일 흥국생명전에서는 15득점으로 주춤했다. 엘리자벳 역시 40%를 상회하는 공격점유율을 조금 낮춰야만 코트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배구여제' 김연경과 함께 뛰게 뛰고 있는 흥국생명의 옐레나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운이 좋은 편이다. 김연경, 김다은과 공격부담을 나누면서 30.85%의 그리 높지 않은 공격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cm의 큰 신장을 앞세운 타점 높은 공격과 위력적인 블로킹 높이를 자랑하는 옐레나는 이번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스파이크서브를 구사하면서 시즌 초반 서브 부문 2위(세트당 0.67개)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레베카 라셈의 대체 선수로 들어와 16경기에서 187득점을 기록했던 산타나는 이번 시즌에도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아나스타시아의 대체 선수로 낙점돼 다시 한국땅을 밟았다. 산타나는 시즌 개막 후 2경기에서 18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지만 기업은행이 시즌 첫 승을 따낸 30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전에서는 57.50%의 성공률로 25득점을 퍼부으며 몸 상태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음을 증명했다.

새 얼굴 2명은 V리그 코트에 적응 중
 
 전체 1순위로 AI페퍼스에 입단한 리드는 아직 팀에 첫 승점을 안겨주지 못했다.
ⓒ 한국배구연맹
 
여자부의 7번째 구단 AI페퍼스는 지난 시즌 전체 1순위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이 598득점을 올렸음에도 31경기에서 3승에 그친 바 있다. AI페퍼스는 올해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터키와 프랑스, 브라질리그에서 활동했던 니아 리드를 지명했다. 브라질리그 득점왕 출신의 니아 리드는 2020-2021시즌과 2021-2022 시즌에도 V리그에 문을 두드렸지만 지명을 받지 못했다가 3번째 도전 끝에 전체 1순위로 AI페퍼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189cm의 신장을 가진 아포짓 스파이커 니아 리드는 지난 두 경기를 통해 뛰어난 운동능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39.46%의 공격점유율을 가져간 리드는 34.09%의 성공률로 2경기에서 35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아직 이고은 세터를 비롯한 동료들과의 호흡도 완벽하지 않고 모마나 야스민, 옐레나처럼 강한 서브를 구사하지도 못하고 있다. AI페퍼스에 니아 리드와 쌍포로 활약해 줄 토종거포가 없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도로공사는 파토우 듀크와 켈시 페인(시고르타 샵) 등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높지 않은 외국인 선수를 선발해 팀 컬러에 맞춰 쏠쏠하게 활용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구단이다. 따라서 도로공사가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V리그 신입생인 세르비아 출신의 아웃사이드히터 카타리나 요비치를 지명했을 때도 도로공사 구단과 김종민 감독의 남다른 혜안이 있을 거라 기대한 배구팬들이 적지 않았다.

10월 31일 현재 카타리나는 56득점으로 모마와 함께 득점 부문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도로공사과 기업은행은 나머지 5개 구단보다 1경기 많은 3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시즌 초반 득점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반면에 공격성공률 부문에서는 38.64%로 전체 7위에 올라 있어 썩 효율이 좋은 공격수라고 평가하긴 힘들다. 다만 '토종거포' 박정아가 본격적으로 가세한다면 카타리나의 공격력이 함께 살아날 여지는 충분하다.

좋은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도 성적이 나쁜 구단은 있지만 부진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도 좋은 성적을 내는 구단은 거의 없다. 그만큼 V리그는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높은 리그라는 뜻이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은 구단의 몫이다.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각 구단들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외국인 선수를 관리하며 시즌을 치러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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