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인들은 '이걸' 보면 모두 말이나 차에서 내린다
[오문수 기자]
▲ 다리강가 마을에서 1킬로미터쯤 떨어진 뒷산에는 몽골에서 가장 유명한 오보 중 하나인 알탕오보가 있다. 몽골인들이 신성시 여기는 알탕오보 정상은 여자들은 오를 수 없고 오직 산기슭만 돌아볼 수 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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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해지기 전에 다리강가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늦어진 이유가 있다. 제주도 돌하르방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추측하에 다리강가 '람트석인상'을 조사하다가 국경경비대에 불려가 한 시간 이상 조사받느라 어두운 밤에 '강가호' 인근 펜션에 도착했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져 관광객이 오지 않자 관리인이 철수해 버린 것이다.
▲ 알탕오보 정상에는 밑변 지름 9m 인 3층 사리탑이 있다. 오보제에서는 대체로 가축의 번식, 가족과 부락의 안녕, 목초가 잘 자라도록 기원한다. 1999년 열린 알탕오보제에서는 국가의 안녕과 가축의 번영을 기원하는 몽골인 10만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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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흐바타르 아이막에서 왔다는 남성 두명이 오보위에 세워진 버드나무에 하닥을 고쳐 다시 건 후 오보주위를 돌며 우유를 뿌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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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지만 비교적 세련된 도시 다리강가 도로에는 이름과 숫자가 붙여져 있었다. 아기자기한 마을의 스카이라인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알탕오보이다. 13~14세기부터 몽골인들의 숭배 대상인 알탕오보는 2004년 대통령령에 의해 도지정 숭배대상으로 지정됐다. 일종의 도지정 문화재인 셈이다.
일행은 아침 일찍 다리강가 마을에서 1㎞쯤 떨어진 알탕오보에 올랐다. 그리 높지 않은 오보였지만 화산 분화구에서 흘러내린 작은 자갈이 깔린 길은 미끄러웠다.
▲ 몽골에서 가장 유명한 오보 중 하나인 알탕오보 정상에서 바라본 다리강가 마을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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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탕오보 산기슭에는 2개의 사리탑이 있다. 이곳은 여자도 방문이 가능한데 그들은 많은 양의 음식을 공양한다. 사리탑을 돌아본 후 돌무더기 오보에 가까이 가니 수흐바타르 아이막에서 왔다는 몽골 남성 2명이 나무오보에 하닥을 걸치고 오보에 우유를 뿌린 후 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정상에서 내려와 주차장으로 오니 여성들은 남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몽골을 대표하는 풍물 중 하나인 오보
귀국 후 알탕오보에 대한 자료를 검색해보니 알탕오보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오보 중 하나다. 1999년 8월 열린 알탕오보제에는 전국에서 10만명이 참석했고 남자들은 정상에 올랐지만 알탕오보에 오를 수 없는 여자들은 다리산 주위를 돌며 참배했다고 한다.
▲ 칭기즈칸의 고향 인근에 있는 오보 모습. 오보를 참배한 몽골인들이 우유와 곡식 등을 뿌리며 시계방향으로 3번 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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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 주위에는 몽골인들이 바친 말젖술, 술, 천조각, 향, 가루향, 아롤, 치즈 등 정성이 깃든 물품을 바친다. 몽골인들은 오보를 만나면 모두 말이나 차에서 내려 술이나 우유를 바친다. 술이나 우유를 바칠 때는 하늘과 땅, 사람을 위해 3잔을 공중으로 뿌린 후 시계 방향으로 주위를 3번 돈 다음 주위의 돌 하나를 집어 오보에 던진다.
그러나 부리야트 지방 같은 곳에서는 오보가 대개 나무로 이루어져 있고 환경 여건상 그 주변을 돌기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돌 대신 헝겊을 매달고 주변을 도는 대신 두 손을 합장하여 참배하거나 머리를 나무에 대고 기도하는 것으로 그친다.
신앙대상으로서 공동체 오보에 속하는 다리강가의 알탕오보는 청나라 시절 이곳을 근거로 활약한 의적 토로이 반디의 전설이 깃들여 있을 만큼 유명한 오보다. 알탕오보에서는 4년마다 대제를 지내며 국가의 안녕과 가축의 번영을 기원한 후 제의가 끝난 뒤에는 전국적인 나담축제가 열린다.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강가호
▲ 다리강가 마을에서 약 13킬로미터 떨어진 '강가호'에는 9월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수천마리의 고니가 날아든다. 몽골정부에서는 이곳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철조망을 둘러 보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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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주변에는 '노래하는 샘'이라고 불리는 깨끗한 샘에서 맑고 깨끗한 샘물이 솟아 나온다. 가이드 저리거가 아무 노래라도 불러보라고 졸랐지만 그냥 신성시 하느라 이름 지은 것 같아 노래 부를 시도도 하지 않았다.
물은 모든 생명의 원천
▲ 오아시스 마을인 웅곰솜 마을뒤편 나지막한 언덕아래에는 3개의 샘이 있었고 마을주민과 가축을 먹여살리는 생명수 역할을 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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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아시스 마을인 웅곰솜 샘터 모습. 나지막한 언덕아래 3곳의 샘에서 나오는 물을 파이프로 모아 흘러나온 물을 가축과 사람이 공동 사용하고 있었다. 3곳에서 나오는 물로 하나의 마을이 이뤄진모습을 보고 놀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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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 초원길을 100㎞쯤 달렸을까? 조그만 언덕을 넘어가니 제법 큰 마을이 나타났다. 웅곰솜이다. 마을로 들어가니 교복입은 학생도 보이고 가축도 보인다. 사막이나 비슷한 곳에 어떻게 사람이 사는지 궁금해 마을 뒤편으로 올라가니 조그만 모래언덕 아래에 있는 3곳 샘에서 물이 펑펑 솟아나고 있었다. 그제서야 이곳이 오아시스 마을이란 걸 알았다.
▲ 몽골은 끝없는 초원길로 이뤄져 있다. 먼저간 자동차 바퀴 자국을 따라 뒷차가 달리면 길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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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행이 탄 자동차 바퀴에 꽂혀있는 가시 모습. 들판에 자라는 이 가시에 찔리면 사람들도 깊은 상처를 입는다고 한다. 초원을 달리다 잠깐 휴식을 취하며 자동차를 둘러보다 발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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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을 장기간 여행하는 여행자가 마을을 만났을 때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먹을 것을 장만하고 식수를 사는 것이다. 야영지에서 쌀 씻은 물은 보관해 식사하고 난 식기를 세척한다. 물 한 컵으로 양치질을 하며 세수는 물티슈 한 장이면 된다. 몽골에서 느꼈던 결핍이 주는 깨달음은 인천공항에서 내려 서울로 들어오면서 깨달았다.
"와우! 우리는 정말 살기 좋은 나라에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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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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