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외교 정상 통화…왕이 "中 견제·억압 중단하라"(종합)
우크라이나 문제에 왕이 "당사자가 침착하게 결정해야"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이후 처음으로 미·중 외교 정상이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관계 개선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미국에 투자 제한과 무역 통제 등 조치에 대해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양국관계의 정상화가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와 미국 국무부 발표를 종합하면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31일(중국 시간 기준) 약 70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중미 관계를 안정 발전 궤도로 되돌리는 것은 중미 공동의 이익일 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일반적인 기대에도 부합한다"면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억압하려는 노력을 중단하고 양국 관계에 새로운 장애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고,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며, 자유 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해 중국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면서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세계는 미·중 협력을 기대한다"며 "미국 측은 앞으로 미·중 관계에 대해 중국 측과 소통을 유지하면서 양국 관계의 기반을 논의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최근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한 제20차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에 대해서도 블링컨 대변인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표명했고, 이에 왕 부장은 "20차 당대회는 민주적이며 진보적 대회"라면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와 시진핑 사상에 대해 언급했다.
왕 부장은 이어 "미국이 진정으로 중국을 이해하려면 20차 당대회 보고서를 주의 깊게 연구해야 할 것"이라면서 "중국의 대내외 정책은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전략적 의도가 분명하다. 미국 측은 이념적 편견으로 시야를 흐리지 말고, 색안경으로 주관적 추측을 하는 것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왕 부장은 "모든 당사자가 침착하게 결정하고, 외교 노력을 강화해 상황이 악화하거나 통제 불능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희망이 있는 한 협상의 문을 닫을 수 없고, 1%의 기회가 있는 한 100%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블링컨과의 통화에 앞서 지난달 28일 니콜라스 번즈 주중 미국 대사를 만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도 왕 부장은 미 대사에게 "중국과 미국은 서로를 바꿀 수는 없으며, 중국을 항상 좌절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현지 언론은 왕 부장의 이 같은 발언이 당대회 이후에도 안정적 외교 노선을 유지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당대회 이후 외교 정책에 대한 조정을 추구하지 않으며, 안정적이고 건설적인 중미 정책을 계속 추구할 것을 미국에 알리기 위한 중국의 긍정적인 제스쳐"라는 중국사회과학원의 분석을 소개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인 31일(미 워싱턴 시간 기준) 브리핑에서 왕 부장의 억압 발언에 대한 블링컨 장관의 반응을 묻는 말에 "블링컨 장관은 5월 대중국 전략 발표 시 우리는 중국을 억제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으며 우리의 목표는 중국을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80년간 국가 간 관계를 건설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 규칙 기반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책이 중국에 반대한다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중국과 많은 분야에서 심대한 차이가 있고 양국 관계의 핵심에 경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쟁에는 적대적 요소가 있지만, 협력적인 요소도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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