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 앞두고 고물가 화살 돌리기…바이든, 석유기업에 횡재세 경고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유가로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고 있는 석유기업들에 제품 가격을 인하하고 생산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이른바 '횡재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중간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를 인플레이션 책임론을 완화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카드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규모 이익을 거둔 석유기업들이 생산을 확대하거나 가격 인하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반환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초과 이익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기타 제한 사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석유 기업들이 거둔 이익을 '전쟁 폭리'로 비판했다. 최근 엑손모빌이 공개한 3분기 영업수익은 무려 197억달러로 전년 대비 3배 규모다. 셰브런과 셸 역시 100억달러 안팎의 이익을 거뒀다. 그는 "석유 업계 이익 규모는 터무니없다"면서 "기록적인 이익에도 미 국민들을 돕기 위한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석유기업들은 '전쟁 폭리'를 추구하는 것을 멈추고 국가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의회와 협력해 이러한 (과세)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그간 높은 기름값을 두고 석유기업들을 노골적으로 비판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 연장선에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762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는 평균 5달러선을 돌파했던 6월 당시보다 낮아진 수치지만, 1년 전 같은 기간(3.401달러)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9일에도 트위터에 "석유 기업들이 3분기에 수십억 달러 수익을 올려놓고도 생산 투자와 미국인의 비용 감소 대신 부유한 주주들에게 수익을 주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불과 일주일가량 앞두고 횡재세 부과에 나선 것은 결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를 것이란 정치적 판단이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휘발윳값은 미국인들의 체감도가 특히 높은데다, 여전히 미국의 전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결국 유가를 둘러싼 우려를 잡지 않고서는 중간선거에서 승기를 가져오기 힘들 것이란 판단인 셈이다. 높은 휘발윳값 등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대중의 분노 화살을 정부가 아닌 석유 대기업 등으로 돌리고자 하는 계산으로도 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국민들은 누가 그들 편에 서 있고 누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지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의 하원 장악이 유력시되면서 횡재세가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과 하원을 민주당이 모두 장악한 현 의회 구도에서도 상원에서 법안 처리를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할 수 있는 60표가 필요하다. 즉 공화당에서 최소 10명의 찬성표가 나와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현지 조사에서는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상원 역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직 의회 회기도 다가오지 않은 데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이러한 과세 법안을 승인할 가능성은 훨씬 더 적어진다"면서 "현실적 정책 처방이라기보다는 석유기업에 압력을 더 가하는 것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더힐은 "공식적으로 석유기업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전했다.
반면 석유 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독립석유사업자협회(IPAA)는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비난 게임을 중단하고 대신 미국에서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석유·가스 노동자를 지원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하에서 휘발윳값, 식품값이 더 비싸지고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휘발윳값을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화당에 투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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