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원에 더 감사해야” … 바이든, 젤렌스키에 ‘버럭’ 왜?

美 NBC 바이든-젤렌스키 6월 통화 내용 공개
바이든, 10억달러 지원하고도 추가 요청받자 불만
전쟁 장기화에 따른 지원 비용 부담 가시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성욱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불만을 나타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미국 정치권의 비용 부담 문제가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NBC에 따르면 양국 대통령의 통화는 6월 15일 성사됐다. 당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10억달러(약 1조4200억원) 지원 방침을 발표했다. NBC는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대규모 지원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추가 지원을 요청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화를 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10억달러 규모의 지원 승인 통지를 마치기도 전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장에서 필요로 하지만 아직 지원받지 못한 무기 등을 나열했다는 것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목소리를 높이며 미국 국민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매우 관대하며, 미국 정부와 미군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필요한 지원을 먼저 얘기하기보다는 미국의 지원에 감사를 더 표시할 수 있다고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당 통화 직후에 동영상을 통해 "저는 오늘 바이든 대통령과 중요한 대화를 나눴다"면서 "저는 이 같은 지원에 감사하고 있다. 그것은 특히 돈바스에서의 우리의 방어를 위해 중요하다"고 미국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한 바 있다. 또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은 러시아의 명분 없는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와 영토를 수호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179억달러(약 25조5800억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정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후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추가 예산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라 지원 비용 부담이 언급되고 있다. 하원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공화당은 우크라이나에 대폭 지원하는 것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고 있다. 또 민주당 일부 하원의원들은 지원 부담 등을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매개로 휴전 협상을 압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정치적 압박 등을 이유로 해당 발언을 철회했다.

NBC는 바이든 대통령이 화를 낸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발언에 따른 것이지만, 불만은 수주간 누적됐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당시 충돌은 수십억달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에 대한 의회·대중의 지지가 약화하고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초기 인식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