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구한 의인…“‘살려달라’던 사람들 계속 보여”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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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시 어린아이를 비롯해 여러 사람을 살려낸 익명의 시민이 "눈을 감으면 살려 달라는 분들의 눈이 보인다"며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A씨는 "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빼내려고 노력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양옆에서 사람들이 좁혀져 와서 밑에 있던 분들은 어떻게 해도 뺄 수가 없었다. 일단 제 눈에는 보이는 대로 최대한 빼냈다"고 지난 31일 JTBC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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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시 어린아이를 비롯해 여러 사람을 살려낸 익명의 시민이 “눈을 감으면 살려 달라는 분들의 눈이 보인다”며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한 대학 체육학과에 재학 중이라는 A씨는 지난 29일 사고 당시 인근 가게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사고를 인지하고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인명 구조에 나섰다.
A씨는 “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빼내려고 노력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양옆에서 사람들이 좁혀져 와서 밑에 있던 분들은 어떻게 해도 뺄 수가 없었다. 일단 제 눈에는 보이는 대로 최대한 빼냈다”고 지난 31일 JTBC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일하던 가게로 사람들을 대피시켰는데, 그중에는 어린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A씨는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라도 가게 안으로 넣어달라고 하셔서 제가 그 아이의 겨드랑이를 잡고 제 뒤에서는 외국인분들이 제 허리를 잡고 있는 힘껏 빼냈다”며 “아이의 팔다리를 계속 주무르면서 어떻게든 말을 걸어줬다”고 돌이켰다.
이어 “(구조 후) 심폐소생술(CPR)을 하는데 입이랑 코에서 계속 피가 나와서 보고 있기 힘들었지만 30분이고 1시간이고 계속했다”며 “나중에는 빼낸 사람들이 계속 몰려 들어와서 계속해서 CPR을 했다. 지금은 그분들의 얼굴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A씨는 사고 이후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PTSD) 장애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날 집에 가서 어머니, 아버지 손을 붙잡고 계속 울었다. 너무 무서워서”라며 “화장실도 혼자 가면 무서웠고 눈을 감거나 조금이라도 어두워지면 살려달라는 분들의 눈이 보인다. 밑에서 살려달라는, 제 발목을 붙잡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어서 힘들다”고 토로했다.
통화 중 그는 사고 상황이 떠오르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정부가 안내하는 심리센터에는 전화를 해봤느냐’는 진행자 질문에는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에 진행자는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걸로 들었는데 더 이상 질문을 드리지 않겠다”며 통화를 마쳤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있었거나 사고 사진·영상을 과도하게 접한 경우 PTSD를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태원 현장에 출동했던 한 경찰관도 지난 30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려 “아비규환이었던 현장 상황, 사망자들 시신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며 괴로워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는 ‘살면서 두려웠던 경험, 끔찍했던 경험, 힘들었던 경험, 그 어떤 것이라도 있다면, 그것 때문에 지난 한 달 동안 다음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에 대한 5가지 반응을 통해 스스로 PTSD 증상을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3개 이상의 반응에 동의한다면 ‘심한 수준’으로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증상이 심할 때는 숨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후~’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끝까지 내쉬는 심호흡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쿵’ 내려놓고 발뒤꿈치에 지긋이 힘을 주면서 단단한 바닥을 느끼는 ‘착지법’, 두 팔을 가슴 위에서 교차시킨 상태에서 양측 팔뚝에 양손을 두고 나비가 날갯짓하듯이 좌우를 번갈아 살짝살짝 10~15번 정도 두드려주는 ‘나비 포옹법’ 등도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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