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순수한 의도 아니다" 리코의 가처분을 보는 불편한 시선들

배중현 2022. 11.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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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O 상대 가처분 신청한 리코
대리인 인원 제한 풀어달라
FA 계약 앞두고 저촉 우려
"편법하다가 그것마저 폭발"
"리코는 유쾌하게 일하지 않아"

"구단과 에이전트(대리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구단과 리코의 문제다."

한 프로야구 공인대리인이 리코스포츠에이전시(리코)가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두고 한 말이다. 이 공인대리인은 리코를 언급하며 "브레이크를 안 달고 정면만 바라보며 달려가는 전차 같다"고 했다.

최근 프로야구 대형 에이전시 리코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리인 인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사실(10월 27일 본지 단독 보도)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리코는 '대리인 1명(법인 포함)이 보유할 수 있는 인원을 최대 15명(구단당 3명)으로 제한한다'는 이른바 '독과점 방지법' 조항을 풀어달라는 입장이다. 리코가 대리인 인원 제한에 포함하지 않는 매니지먼트 계약으로 상당수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건 KBO리그 내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인대리인 A는 "인원 제한 규정이 없어져도 (우려대로) 독과점이 생길 거 같진 않다. 다만 리코가 순수한 마음으로 가처분 신청을 한 게 아니라는 것도, 마냥 좋은 뜻으로 총대를 메고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수의 권익 보호라는 내용으로 (가처분의 의미를) 포장하는 게 가증스럽다"고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이어 "일반 연봉 협상 문제로 가처분을 냈다면 선구자라고 볼 수 있다. 리코는 NC 다이노스 때문에 (가처분 신청을) 했을 거다. 순수한 의도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겨울 FA 시장에는 2년 치 매물이 쏟아진다. 2020년 1월 KBO 이사회에선 '2022년 시즌 종료 후부터 현행 9년, 대졸 8년인 FA 취득 기간을 고졸 8년, 대졸 7년으로 각각 1년씩 단축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22시즌이 끝난 뒤 기존 규정대로 FA가 되는 선수에 추가로 1년 단축 혜택을 받는 선수까지 시장에 풀릴 예정이다. 지난해 FA 승인 선수(14명)의 두 배 이상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올 시즌 FA 최대어로 평가받는 양의지. 양의지는 선수협 회장이면서 리코의 주요 고객이다. IS 포토

여기에는 리코 소속 선수가 유독 많다. '포수 FA 빅4'로 분류되는 양의지(NC 다이노스) 박세혁(두산 베어스) 박동원(KIA 타이거즈) 유강남(LG 트윈스) 중 박동원을 제외한 세 선수가 리코 고객이다. 특히 NC에선 양의지와 노진혁을 비롯해 최소 3명 이상의 예비 FA가 고객으로 파악된다. 매니지먼트 계약이 아닌 정식 대리인 계약을 신고하면 구단별 인원 제한에 걸릴 수 있다.

공인대리인 B는 "NC 선수들과 계약을 그렇게 해놓고 (가처분 신청을) 하는 건데 누가 지지하나. 동료 에이전트의 존경이나 호응도 없다. 편법을 하다가 그것마저 폭발해버린 거"라며 "(가처분) 결과 발표에 전혀 관심이 없다. 리코가 대표성을 띄는 것도 아니다. 명분도 없다. 대한민국의 프로야구 선수나 (다른) 에이전트를 대표해서 불공정한 것을 개선하려고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이건 리코라는 개인 회사가 하는 거"라고 선을 그었다.

리코의 가처분 신청을 진행하는 건 김선웅 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선수협 사무총장 출신으로 누구보다 대리인 제도를 잘 안다. 그는 2020년 5월 음주운전으로 리그에서 퇴출당한 강정호의 국내 복귀를 돕기도 했다. 강정호도 리코 고객이었다. 김선웅 변호사는 여러 차례 연결에도 불구하고 일간스포츠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번 겨울 FA 시장은 2년치 매물이 한 번에 쏟아진다. 특정 에이전시가 대리인 등록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구단 관계자들의 관심도 크다. 사진은 지난 7월 만원 관중이 들어선 잠실구장의 전경. IS포토

공인대리인 B는 "이런 문제를 풀려면 서로 설득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말도 안 된다. 동료 에이전트의 지지도 못 받는 거 아닌가. 난 그렇게 느끼고 있다"며 "자본주의는 물건의 적정가를 뽑아내는 게 중요한데 지금은 (특정 에이전시에서 선수를) 독식하니까 적정가가 나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인원 제한을 푸는 걸 원치 않는다. 리코가 왜 이런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지 솔직히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의견도 있다. 인원을 제한하면 저연차와 저연봉 선수들이 대리인 제도의 사각지대로 밀려날 수 있다. 대리인들이 많은 수임료(계약 규모의 최대 5%)를 받을 수 있는 FA 계약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대리인의 '쏠림 현상'이 심한데 규제까지 완화하면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질 거라는 우려 또한 있다. 인원 제한이 '그림의 떡'인 공인대리인도 수두룩하다. 현재 공인대리인 자격을 유지 중인 91명 중 64명이 선수 계약을 하지 못했다.

절차상 아쉬움을 전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인대리인 A는 "몇몇 대리인들이 모여 문제를 공론화해야 힘이 모이고, 진정성도 있을 텐데 그런 게 아니어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공인대리인 C는 "선수의 선택권과 관련돼 중요한 문제여서 차분하게 다투면서도 꼭 이겨야 하는 사안이다. 그런데 (FA 개장) 직전에 닥쳐서 이렇게 하면 법원에서도 급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처리한 점이 아쉽다. 법원의 충실한 심리가 될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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