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시대'…삼성, 해묵은 '지배구조' 손보나

한예주 2022. 11. 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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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한 지배구조…이 회장 지분 1.63% 불과
'삼성생명법' 통과 시 대규모 지배구조 개편 불가피
삼성물산 '인적분할' 가능성 대두

[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삼성그룹이 '이재용 시대'를 맞아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나설까.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해묵은 과제다. 지주사 체제가 정착된 SK나 LG와 달리 삼성그룹은 계열사 간 순환출자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용 회장 등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며,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이 회장(17.97%)을 포함한 총수 일가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31%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간접적으로 지배한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뉴 삼성'의 기틀을 마련하고 '책임 경영'을 공고히 하기 위해 지주사 체제 전환 등 본격적인 변화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과거 삼성그룹은 이재용 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선 뒤 여러 차례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2016년 11월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듬해 4월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이 회장의 국정농단사건 재판과 계열사 부당합병, 분식회계 등 논란이 불거진 영향이다.

올해 출범한 '2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역시 지배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8월 연간보고서를 발간하고 "삼성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지배구조의 개선"이라며 "외부 전문가의 조언과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다양하게 경청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굳혔으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의 일가와 임원, 삼성 주요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지분율은 20.8%에 그친다. 부실한 지배력으로 외부 세력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이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꼽히면서 지배력 강화를 위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을 삼성물산이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회장 취임으로 바로 움직일 것 같지는 않지만 취약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고민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쟁점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8.51%, 5억816만주) 처리 방법이다.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평가방식을 시가로 명시해 총자산의 3% 이내로 보유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삼성생명이 20조원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크게 약화된다.

보험업법 개정에 대비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인수 가능성도 있지만 개정된 공정경제 3법에 따라 부담이 커졌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면 지주비율이 50%를 넘게 되면서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과거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의 20%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했는데 법이 바뀌면서 의무지분율이 30%까지 늘었다.

일각에선 인적분할을 통한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등으로 구성된 사업지주와 삼성생명 등으로 이뤄진 금융지주로 분할하는 방안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기 위해선 대규모 자금 조달이 걸림돌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은 5.01%에 불과해 24.99%를 추가로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지분 8.51%를 합쳐도 16.48%를 확보해야 한다. 시가총액이 약 335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지분 16.48%를 확보하는 데 소요되는 재원은 약 55조원에 달한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며 삼성물산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인적분할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자사주 활용이 가능하고 지주회사 전환과 금산분리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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