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러시아 떠나는데"…고민 깊어지는 완성차업계

성기호 2022. 11. 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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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러시아의 자동차 시장이 사실상 '개점 휴업'인 상태다.

여기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러시아를 떠나면서 주요 메이커 중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만 남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이전에도 의리를 지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에서도 쉽게 강제 매각이나 합병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쟁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쟁 이후 시장 선점을 위해 지금은 인내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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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벤츠 등 주요 완성차 업체 모두 속속 이탈
2014년도 버텨서 성공…"전쟁 이후 고려해야"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러시아의 자동차 시장이 사실상 '개점 휴업'인 상태다. 여기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러시아를 떠나면서 주요 메이커 중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만 남았다. 전문가들은 2014년 러시아 경제위기 사례를 비춰, 현대차그룹에 당분간 '버티기'를 충고하고 있다.

1일 유럽기업인연합회(AEB)가 최근 발표한 러시아의 9월 자동차 판매량은 4만6698대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59.6%가 감소한 수치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 되면서 경제제재가 강화되자, 수요는 물론 공급망까지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도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현대차 러시아법인(HMMR)에 따르면 9월 현지 판매량은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올 1월 1만7649대에서 전쟁 직후 3월 3708대로 급감한 뒤, 7월 14대로 줄어들다 급기야 8월과 9월에는 '0'대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올해(1~9월) 누적 판매량도 4만3634대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70% 넘게 줄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속속 러시아 철수를 선언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러시아 점유율 1위이던 르노가 모스크바 자동차 공장 르노 로시야 지분 100%를 모스크바시에 이전하고 러시아 사업 부문 전체를 2루블(약 40원)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소비자의 반발에 따른 조치다. 포드는 지난달 26일 실적 발표를 통해 러시아 합작회사 지분 49%를 매각하겠다고 전했다. 같은 날 벤츠도 러시아 현지 딜러사에 지분을 매각을 선언했다.

도요타와 렉서스, BMW, 닛산, WAG(폭스바겐·포르쉐·아우디·스코다), 스텔란티스, 재규어랜드로버 등이 러시아 사업 철수를 선언한 상황이다.

러시아 남은 글로벌 완성체 업체는 사실상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하지만 그룹 입장에서 러시아 시장은 쉽게 포기하기가 어렵다. 현대차 러시아 법인은 미국, 인도, 체코 등과 함께 글로벌 주요 생산거점으로 연간 25만대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철수를 결정한다면 약 3조원에 달하는 자산과 최근 대규모 투자가 모두 '매몰 비용'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강제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만약 강제매각이 진행되면 보유 현금과 처분 가능 자산은 제한적인 반면, 상환해야 할 비용과 손망실 될 자산이 크기 때문에 큰 피해를 받을 전망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정부의 글로벌 기업 현지 자산 강제 몰수가 지속 중인 상황"이라며 "국내외 언론을 통해 현대차 러시아 공장 강제 매각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데, 빠르면 올 4분기 늦어도 내년 1분기 중에는 관련한 결정이 마무리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매각이나 철수보다는 현재 현대차그룹이 구사하고 있는 '버티기' 전략이 주효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4년 러시아 경제위기 때 다른 회사들이 철수 했지만 홀로 버틴 전력이 있다. 이후 지난해 8월 처음으로 러시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이전에도 의리를 지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에서도 쉽게 강제 매각이나 합병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쟁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쟁 이후 시장 선점을 위해 지금은 인내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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