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의 현재] "꼭지에 샀다가 망했다"…'1년차 영끌족'의 눈물

심나영 2022. 11. 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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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사는 이대호(43) 씨는 올해 1월 영끌족 대열에 합류했다.

대기업 영업맨인 이씨는 작년까지 대전에서 살다가 서울 지점 발령을 받고 상경했다.

서대문구 홍제동에 사는 영끌족 방태원(37)씨는 "영끌족으로썬 금리, 집값 안정을 바라긴 하지만, 포털사이트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본인의 선택한 결정 아니냐', '영끌해 투자한 사람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보면 더 할 말이 없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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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2년 사이에 집 샀던 사람들, 가장 폭망한 영끌족
집값 수억원 떨어지고, 月이자 수십만원 올라
3일 미국 자이언트 스텝, 24일 한은 금리 인상 기정사실
연말 되면 이자 최대 8% 부담 더 커질 것

"그때 전세를 구했어야 했는데…. 꼭지에 샀다가 집값은 내려가고 이자는 오르고. 1~2년 사이에 집 산 사람들이 영끌족 중에서도 제일 망한 케이스죠"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사는 이대호(43) 씨는 올해 1월 영끌족 대열에 합류했다. 대기업 영업맨인 이씨는 작년까지 대전에서 살다가 서울 지점 발령을 받고 상경했다. 큰마음 먹고 산 113㎡(34평형) 아파트의 계약 당시 시세는 16억 5000만원. 매매 당시엔 주택담보대출 제외 대상이었다. "주담대를 받지 못해서 맞벌이하는 아내와 연차까지 쓰고 은행을 돌면서 '누더기 대출'을 받았어요"

이씨는 집을 담보로 은행 두 곳에 나눠 생활안정자금 대출 2억원을 받았다. 고정금리긴 했지만, 각각 5.3%, 4.8%라 처음부터 이자 부담이 컸다. 신용대출은 3억원을 받았는데, 은행 네 곳으로 찢었다. 빌릴 때만 해도 3~4%대였던 신용대출 금리는 지금 5~6%대까지 뛰었다. 이자는 올랐지만 내린 것도 있다. 바로 집값이다. 이씨가 사는 아파트 최근 시세는 13억7000만원으로, 살 때 보다 3억원이나 주저앉았다.

최근 1~2년 사이 집산 사람들이 가장 서러운 영끌족

"아파트 구입 시점엔 월 이자가 190만원이었는데, 이젠 230만원이 됐어요. 원금은 매월 따로 50만원씩 갚고 있습니다. 미국도, 한국도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하니 앞으로 이자 부담이 더 커지겠죠. 아이들 학년이 올라가면서 교육비도 오를 거고, 대출 갚아내려면 허리띠를 꽉꽉 졸라매야죠. 집값이라도 안정되면 갚을 힘이라도 날 텐데 시기를 완전히 잘못 탄 거죠."

영끌족 중에서도 가장 서러운 사람들이 이씨와 같은 경우다. 사자마자 집값은 떨어지고, 금리만 오르는 걸 감내해야 하는 최근 1~2년 사이 내 집 마련을 한 이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2년 전 집을 마련한 최은지(32) 씨도 여기에 해당된다.

"너도나도 '오늘 못 사면 영원히 못산다'고들 했었잖아요. 가만있다간 영원히 무주택자로 남을 거 같아서 2020년 8월에 무리해서 아파트를 장만했어요. 8억원 넘게 주고 샀는데 지금은 7억원으로 내려갔어요. 더 떨어질까 봐 무서워서 하루에도 몇 번씩 네이버 부동산 들여다보는 게 일이에요."

최씨는 지난주 통보받은 신용대출 금리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집 살 때 1억원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었는데, 이달에 금리 5%가 넘었어요. 주담대는 고정금리로 받아 그나마 다행이다 싶지만, 집값이 떨어지니 망했다는 생각밖엔 안 드네요. 요즘엔 커피값도 아까워요."

금전적 손해, 마음도 지치지만…대책없는 영끌족

영끌족들에게 닥친 어려움엔 이렇다 할 해결책도 안 보인다. 집값은 내려가고 이자는 오르는 상황을 견뎌내는 수밖엔 도리가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마저 '대책 없음'을 확인해 준 바 있다.

"지금 2030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연 3% 금리로 돈을 빌렸다면 평생 그 수준이 갈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경제 상황으로 볼 때 그런 가정이 변할 수 있다. 이런 위험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지난달 13일,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직후)

지난달 31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5.02~6.61%, 고정금리는 5.35~7.33%, 신용대출 금리는 5.95~7.55%였다. 오는 3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고, 한은이 이달 24일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연말에는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8%대에 달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서대문구 홍제동에 사는 영끌족 방태원(37)씨는 "영끌족으로썬 금리, 집값 안정을 바라긴 하지만, 포털사이트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본인의 선택한 결정 아니냐', '영끌해 투자한 사람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보면 더 할 말이 없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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