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결산①]현대가 건재했고 시도민구단 선전했다…수원·서울은 졸전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겨울에 열리는 월드컵 때문에 역대 가장 이르게 개막한(2월 중순) K리그가 어느 덧 2022시즌을 마무리했다.
울산이 만년 2위 설움을 딛고 지난 2005년 이후 17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가운데, 전북도 비록 2016년 이후 처음 K리그1 정상을 놓쳤으나 FA컵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4강 진출로 자존심을 세웠다.
두 팀 사이로 몇몇 시민구단들이 분전하며 성장세를 알렸다. 반면 2000년대 최대 라이벌로 K리그의 격을 높였던 수원과 서울은 강등 위기까지 내몰리는 수모를 당했다.
우선 현대가 두 팀인 울산과 전북은 시즌 전 전문가들 예상대로 라이벌 구도를 이어가며 K리그 재미를 안겼다.
먼저 치고 나간 쪽은 울산이었다. 좋은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3라운드부터 선두로 내달렸기 때문이다.
반면 전북은 3라운드 포항전부터 3연패를 당해 하위권으로 떨어지는 등 흔들렸으나 차분히 승점을 쌓아 울산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파이널A를 앞두곤 한 때 11점 차였던 두 팀 격차가 5점으로 줄었다.
결국 두 팀의 운명은 파이널A 맞대결 후반 추가시간에 갈렸다. 여름에 영입한 헝가리 공격수 마틴 아담의 두 골이 전후반 90분이 지난 뒤 터지면서 울산이 2-1 역전승을 이뤘고, 두 팀 모두 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울산이 승점 8이나 앞서 우승컵을 예약하게 됐다.
긴 레이스는 울산의 우승으로 마무리됐으나 울산과 전북 모두 K리그와 FA컵에서 용호상박 같은 혈투를 매번 연출하며 K리그를 지키는 두 기둥임을 입증했다. 선수 보강도 다른 구단들보다는 적극적으로 단행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축구장 찾은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청용 김영권 김태환 조현우(이상 울산) 조규성 김진수 박진섭(이상 전북) 등 K리그1 베스트일레븐 중 7자리를 챙기는 등 개인상도 ‘현대가’ 잔치였다.
두 팀 다음으로 2022년을 뜻깊게 보낸 팀들이 인천과 강원, 수원FC 등 시도민구단이다.
특히 인천은 2012년 승강제 도입 뒤 시즌 막판 간신히 1부에 살아남는 ‘생존왕’ 이미지가 강했으나 올해는 4위를 차지하며 창단 후 처음으로 ACL 티켓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2020시즌 도중 부임한 조성환 감독의 지도력이 무르익은 상황에서 중동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 이명주의 중원 합류가 큰 힘이 됐다. 공격수 스테판 무고사는 전반기에만 14골을 터뜨리며 인천 상승세를 이끌다가 일본 J리그로 이적했고, 무고사가 떠난 자리엔 경남에서 활약하던 에르난데스가 들어와 8경기 4골 4도움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시도민구단의 선전엔 최용수 감독이 지도하는 강원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강원은 올해 중반부터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변모했다. 최용수식 역습 축구에 익숙한 김대원(12골 13도움), 영플레이어를 수상한 양현준 등이 잠재력을 뽐내면서 공격력이 극대화된 끝에 6강을 이루고 파이널A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수원FC 역시 비록 파이널B로 내려갔으나 마지막까지 6강을 다투는 등 재밌는 경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수원FC는 유럽에서 뛰던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이승우를 영입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승우(14골)가 ‘홈승우’, ‘캐슬파크의 왕’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홈에서 득점을 폭발했고 김현과 라스(이상 8골) 등 두 장신 공격수도 골 대열에 합류했다. 56득점 63실점으로 최다득점 공동 2위, 최다실점 2위를 각각 기록했다.
울산 우승, 시도민구단 선전의 이면도 존재했다. 수원과 서울이 강등권에서 허덕이며 팬들을 실망시킨 것이 그렇다.
그 중에서도 수원은 겨울이적시장 실패와 박건하 체제에서의 부진으로 일찌감치 강등권 싸움에 접어들었다. 이병근 감독을 시즌 도중 소방수로 앉혔으나 불은 쉽게 진화되지 않았다. 창단 후 처음으로 승강플레이오프까지 밀린 끝에 K리그2 2위 안양을 간신히 잡고 1부 잔류에 성공했다.
서울도 비슷했다.
안익수 감독 아래서 공격이 살아나지 않는 답답한 경기력으로 비판에 시달렸다. 파이널B로 내려간 뒤엔 이미 강등이 확정된 성남에 0-2로 충격패, 서울 팬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슈퍼매치’란 이름의 명품 라이벌전을 갖고 있는 두 팀이지만 모기업 관심 부족과 선수단 응집력 결여, 축구 색깔 부재 등으로 나란히 ‘한물 간’ 팀이 됐다.
이런 식으로 매 시즌 안이하게 대처했다간 조만간 2부 강등의 쓴 맛을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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