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 빨라졌지만 尹 안때렸다…민주, 세월호 때와 다른 까닭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 대책에 전적으로 협조하기로 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날 이 대표가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를 위한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언급한 것인데, 여당 원내대표가 야당 대표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은 정치권에선 이례적인 모습이다.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로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기로 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때도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과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은 정쟁을 중단했다. 민현주 당시 새누리당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지금 이 순간부터 여야 간 모든 정쟁을 중단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고, 새정치민주연합도 이에 응답해 정치적 공격을 삼갔다. 사고 9일째에서야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세월호 침몰 상황에서도 선거운동을 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본격적인 정치적 공방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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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리 시작된 책임론 제기
그러나 여야 모두 정쟁은 중단한 건 같지만, 야당의 정부·여당 책임론 공세는 더 빨리 시작됐다. 사고 사흘째인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은 “생사의 기로에 선 사람들에게,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국가의 생명줄은 너무도 멀리 있었다”며 정부 역할 부재 문제를 지적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렇게 큰 축제인데 서울시에서는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대책본부’ 첫 회의를 열고 정부에 대한 책임 추궁도 예고했다.
다만 세월호 사고 때와 공세 양상은 다소 온도 차가 있다. 세월호 사고 땐 새정치민주연합이 일제히 정부의 역할 부재 문제를 지적했지만, 이번엔 민주당 내에서도 사고 책임을 두고 톤이 다르다. 예컨대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사고 책임과 관련해 “기초자치단체인 용산구의 대응이 과거에 비해서 좀 미흡해 보인다”며 정부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시 책임에 대해서도 “서울시 주최 행사가 아니다. (서울시의) 책임 논쟁을 하기엔 좀 빠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표도 최고위원 회의에서 명확하게 정부 책임론을 언급하진 않았다. 이 대표는 “정부 당국은 ‘나는 책임이 없다’, ‘할 만큼 했다’ 이런 태도를 보여서 국민을 분노하게 할 것이 아니다”라고만 했다.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력 증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고가 아니었다”는 발언에 대한 지적을 한 것이다. 다른 의원들도 정부 책임론보다 비판 수위를 높이는 부분은 이 장관의 발언이다.
“아직까진 책임 주체 명확하지 않아”
세월호 사고 때와 공세의 양상이 다소 다른 것은 사고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정부의 구조 책임이 분명했던 세월호 사고와 달리 이태원 압사 사고는 현재 상황에선 어떤 주체에게 책임을 물을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밖에 안 됐는데 이 사건을 윤석열 정부 탓으로 돌리긴 애매하다. 세월호 사고는 구조 실패라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 사고 발생은 현재로선 누구 탓이라고 규정하기도 어렵다. 이 대표가 로키(low-key) 메시지로 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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