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서 밤샌 의사 출신 신현영…野 '야당탄압' 글도 내렸다

윤지원 2022. 11.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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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참석자들이 회의 시작전 묵념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31일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의실 걸개(백드롭)는 ‘힘을 모읍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는 문구로 전격 교체됐다. 참사 전까진 ‘야당 탄압 규탄! 보복수사 중단!’이란 문구가 걸려 있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엄호에 전력투구하던 민주당이 방향타를 돌린 장면이란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왔다.

방향 전환을 한 건 개별 민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2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엔 대통령의 안일함만 있었다”며 날을 세웠던 서영교 최고위원(3선·중랑구갑)도 참사 이튿날인 지난 30일엔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내 눈으로 참사가 발생한 골목을 직접 봐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현장을 둘러보던 서 최고위원은 지역구민 두 가족이 피해 유족이 되었단 소식에 중랑구와 송파구에 위치한 장례식장도 잇따라 찾았다. 그는 평소 지역주민 상가(喪家)를 빈번하게 조문해 왔지만, 이날 조문에 대해선 “당사자 목소리부터 청취해야 대책도 세울 수 있다”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대동소이했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은 참사 이틀째부터 구청과 지역 조직을 총동원해 지역구 내 참사 피해자 신원을 확인해 조문하고 있다.

대학가가 밀집한 서울 성북 갑의 김영배 의원(초선)은 이날 성북구청 합동분향소 조문을 시작으로, 세 곳의 장례식장을 연이어 찾았다. 김 의원을 잘 아는 민주당 관계자는 “김 의원 아들딸이 다 피해자들의 또래다. 황망한 마음으로 현장을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젊은 층 인구 비율이 높은 경기 고양 을의 한준호 의원(초선)도 지역 내 5명의 피해자 발생해 이날 종일 장례식장을 방문하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참사 당일부터 현장을 지킨 민주당 의원도 있었다.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초선·비례대표)은 정계 입문 전 근무했던 명지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에 자원해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그는 30일 새벽 1시 30분부터 40여 명의 경증 대기 환자들을 증세별로 분류하고 이송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30일 새벽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현장에서 구호 활동에 나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현영 의원 페이스북.

야당 의원들의 현장 방문은 정부 안전 조치에 대한 문제 제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현장에서) 깔린 사람들을 빼내는 데만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다”며 “대규모 군중에 의한 압사 사고 특성상 깔리는 순간에 곧바로 구조되지 않으면 대부분 골든 타임 4분을 놓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사전 예방, 대비 장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정부 비판 목소리도 유족들의 전언 형태였다. 서 최고위원은 “유족들은 ‘폴리스 라인만 있었어도 우리 아이 살았던 거 아니냐, 경찰이 길만 막아줬어도, 일방통행만 이뤄졌어도 우리 아이 사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고 했고, 고민정 최고위원도 지인이던 유족과 만난 사실을 전하며 “서울교통공사에서 (이태원역에)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시켰을 법도 한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의 이런 현장 밀착에, 당내 일각에선 “이제야 야당답게 ‘현장’을 찾기 시작했다”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그동안 대여 공세만이 야당 본연의 역할인 걸로 착각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며 “강성 지지층에 파묻혀 목소리만 높이던 야당이 이제야 민심 전달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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