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한국에서 너무 큰 국가권력의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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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를 저술한 대런 에스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이 후속편으로 펴낸 책 '좁은 회랑(The Narrow Corridor)'은 국가와 사회의 힘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국가는 토머스 홉스가 말하는 리바이어던과 같은 괴물이지만 이 괴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한 사회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한국에서 국가권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객관적 시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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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를 저술한 대런 에스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이 후속편으로 펴낸 책 ‘좁은 회랑(The Narrow Corridor)’은 국가와 사회의 힘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국가는 토머스 홉스가 말하는 리바이어던과 같은 괴물이지만 이 괴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한 사회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 괴물을 잘 길들여 그 힘을 잘 활용하되 난폭해지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1인 독재체제처럼 개인의 권력이 비대해지면서 국가권력이 확대되는 경우도 있지만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와 공공기관 등 제도적으로 규정된 조직의 힘이 커지는 경우도 포함할 수 있다. 북한처럼 1인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사회주의도 있지만 이오시프 스탈린 이후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했던 소련, 그리고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대의 중국은 특정 개인보다도 공산당, 군부, 사회주의 정부의 장악력이 사회를 압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국가권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객관적 시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민주화 이전에 대통령 권한이 비대했다면 민주화 이후엔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행정부의 총체적 권력과 입법부의 권한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는 시장과 민간의 힘보다 정책과 입법을 통한 정부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 인프라·에너지·물관리·교통 등의 부문은 대부분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통제하고 있다. 금융산업은 자율성이 제약된 관치금융이 지배하고 있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등 소매금융 중심으로 흘러가며, 선진국 금융에서 핵심을 담당하는 투자은행 역할은 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방송에서도 KBS, MBC, EBS, YTN, 연합뉴스TV 등 공영방송 비중이 너무 크다. 국공립학교뿐 아니라 사립학교도 등록금 규제와 인건비 지원이라는 채찍과 당근으로 사실상 교육부가 통제하고 있으며, 병원 등 의료기관과 각종 문화·시민·예술·체육 단체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유사한 방법으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민간이 소유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정부가 통제하는 조직도 적지 않다. 민간은행을 비롯해 민영화된 포스코, KT, KT&G 등 대주주 없는 대기업과 협동조합은 사실상 정부가 주인 노릇을 하거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각종 협회와 사업자단체 및 이익단체는 공룡처럼 큰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민원과 로비를 담당하는 위성 조직이며 유사 공공부문이다.
한국에서 너무 큰 국가권력의 비중은 역설적으로 국가와 국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공공부문은 독점적 성향이 크므로 소비자보다는 공급자 중심으로 일한다. 자율성과 창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원하는 곳은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정부에 의존하는 수동적 경제주체를 양산한다. 각종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으로 인해 성장하는 중소기업들에는 더 이상 커지지 않고 대기업이 되지 않으려는 피터팬 신드롬이 나타난다. 각종 이익단체의 이해를 조정하고 정부와 공무원의 권한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 규제는 많은 사업 기회와 창의력 발현의 현장을 사라지게 만든다. 최근 택시 대란 사태는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구태의연한 규제가 얼마나 많은 국민 불편을 초래했는지 ‘타다’ 사례를 통해 말하고 있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로부터 민간과 시장으로 권력이 이동해야 한다. 명령과 통제, 규제와 지원이 아닌 자율적 인센티브와 창의가 자원을 동원하는 힘이 돼야 한다. 한국 사회의 무한한 잠재력에 비해 국가권력이 너무 크다.
조성봉(숭실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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