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개 드는 ‘이태원 블루’… 집단 트라우마 함께 치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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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우울감이 찾아오고 이내 불안과 공포로 발전하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우리는 8년 전 세월호 참사에서 경험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 집단이 트라우마의 광범위한 엄습을 경고하며 함께 막아내자고 호소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국가트라우마센터에 심리지원단을 설치해 조기 심리상담에 나섰고 위기상담전화 등 여러 채널을 가동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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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우울감이 찾아오고 이내 불안과 공포로 발전하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우리는 8년 전 세월호 참사에서 경험했다. 무고한 이들의 믿기지 않는 죽음이 우리를 휘감았던 감정은 일상을 짓눌렀고 사회에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 지난 주말 이태원에서 벌어진 일은 많은 이들에게 그때와 같은 상처를 입혔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가족과 친지 등 직접적인 관련자 최소 1000명, 현장에 있었던 부상자와 목격자, 구조인력까지 포함하면 무려 5000~1만명이 트라우마의 1차 피해범위 안에 놓여 있다. SNS의 지독한 전파력은 이런 상처를 현장 영상과 함께 퍼뜨렸다. 불특정 다수에게 충격이 확산돼 벌써 ‘이태원 블루’ 현상이 고개를 드는 중이다. 그 파급력이 어디까지일지 아무도 예단하지 못한다. 세월호 유족들은 지금도 심리 지원을 받고 있다. 상처 입은 마음을 보듬고 치유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다행히 귀를 기울일 곳이 많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 집단이 트라우마의 광범위한 엄습을 경고하며 함께 막아내자고 호소하고 나섰다. 난데없는 돌팔매처럼 날아와 때리는 참사의 충격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슬픔을 표출하는 당연한 감정이 삶을 잠식하는 지경까지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공동체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그들은 강조했다. 1차 피해자들에게 심리적 응급처치와 지속적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감정의 왜곡을 막고, 상처를 덧내는 자극적 영상과 유언비어의 유포를 차단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
정치인의 입에서 나오는 어설픈 말 한마디, 무심코 적어 올린 고약한 댓글 하나가 누군가에겐 치명상이 될 수 있다. 같이 슬퍼하고 서로 위로하는 애도의 시간이 트라우마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국가트라우마센터에 심리지원단을 설치해 조기 심리상담에 나섰고 위기상담전화 등 여러 채널을 가동키로 했다. 이런 노력에 성숙한 시민의식이 더해져 사회적 상처를 치유하는 공동체의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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