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의 에듀 서치] 청문회 끝마친 ‘이주호 시즌2’… 진짜 검증은 이제부터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이 잘 짜인 각본이 있는 듯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함정으로 몰아갑니다. “후보자 지명 전 ‘대구 중앙중학교 인공지능(AI) 기반 적응형 교육프로그램 영향평가’란 연구하셨죠?”(강 의원) “네.”(이 후보자) “논문을 보니 실험을 했는데 AI로 성적 하락은 완화시켰지만 성적 향상은 통계적 의미가 있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학생에게 이걸(AI 활용 학습) 전적으로 맡겼기 때문이다. 즉 AI 프로그램과 장비로 되는 게 아니라 교사·학교 등 학습 환경이 중요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강 의원) “굉장히 중요한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이 후보자)
“AI 첨단 교육을 하면 할수록 교사 역할이 중요해진다. 동의하시죠?”(강 의원) “네 바로 그 점입니다.”(이 후보자) “학생이 AI 개별 맞춤형 공부를 할 때 교사가 개입해야 할 지점이 많아지는 것이고, 교사의 교육활동 방식과 형태는 달라져도 교사가 많아져야 하고 교사 중요성도 커지는 거죠?”(강 의원) “네 맞습니다.”(이 후보자)
“지금 내년도 교사 정원을 3000명 줄이는 거 아시죠?”(강 의원) “그건 깊이 못 챙겨봤습니다.”(이 후보자) “후보자님 연구 결과와 완전히 배치되는 방식으로 현 정부가 방침을 정했습니다. 지금 후보자님이 생각하는 그런 AI를 활용한 첨단 교육을 도입할 수 있을까요?”(강 의원)
지난 28일 국회에서 진행된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한 장면입니다. 강 의원이 이 후보자를 코너에 몰아넣는 데 성공하는 듯했습니다. 강 의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으로 이 후보자와는 ‘상극’이었죠.
이 후보자는 AI가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바꿔줄 것으로 확신하는 것 같습니다. 후보자 지명 직전까지 이사장으로 활동한 아시아교육협회에서 AI 교육을 학교로 확산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다만 AI 등 교육정보기술(에듀테크)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교사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교실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은 결국 AI 등 에듀테크를 교보재로 적절히 다룰 수 있는 교사에게 있다는 입장이죠.
강 의원은 이 지점을 파고든 겁니다. 교사 정원은 교육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닙니다. 공무원 조직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 공무원 급여를 다루는 기획재정부의 관리 영역에 있습니다. 윤석열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늘려놓은 공무원 수를 줄이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예산 당국은 학생 수가 줄어드니 교사도 덜 뽑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두 힘 있는 부처의 벽을 넘지 못하면 이 후보자가 그리는 교육현장은 ‘허상’이란 점을 이 후보자 연구물을 활용해 지적한 게 강 의원 질문의 핵심이었습니다.
이 후보자가 우물쭈물했으면 강 의원은 여기에 화력을 집중하려 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오히려 강 의원 입을 막아버립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신기술은 어디까지나 교사의 보조수단으로 오히려 지식 전달의 부담에서 벗어나 정말 필요한 창의성이나 인성 교육, 학생에게 필요한 멘토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의원님이 제시하신 것처럼 교사들도 훨씬 더 많이 필요한 체제가 될 것입니다. 교사 인력 수요도 거기에 맞춰 다른 방식으로 개선돼야 합니다.”
인사청문회에선 이런 함정 질문들이 난무합니다. 정치 공세나 후보자 망신을 주기 위한 함정도 적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강 의원이 판 함정은 이 후보자의 정책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고 봅니다. 이 후보자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함정이죠. 강 의원도 성과가 있었습니다. 교사 늘리겠다는 답변을 이끌어 냈죠.
이 후보자가 부총리에 오르더라도 교사 수를 늘리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부총리 타이틀을 달고는 있지만 교육부가 정부 내에서 입김이 센 부처가 아닙니다. 교사 수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울 겁니다. 강 의원 입장에선 향후 비판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겠죠.
인사청문회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장장 13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수많은 문답 중 유독 이 대화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강 의원은 전교조 활동을 하다 국회에 입성했고, 이 후보자는 이명박정부 교육 설계자입니다. 정치·이념 성향이 극단에 있는 두 사람이 학생 개인 맞춤형 교육이 미래교육이고 이를 실현하려면 AI 등 에듀테크 그 자체보다는 교원 정책이 핵심이란 인식을 공유했습니다.
이 후보자가 여당 의원의 거듭된 정시 확대 요구를 거절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학부모를 참고인으로 내세워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대입 비중 확대를 요구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검토해보겠다” “고민해보겠다” 등의 ‘립서비스’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 후보자는 “수시, 정시라는 소모적 논쟁보다 교실의 본질인 선생님 가르침과 또 선생님의 수업 역량을 높이는 데 더 초점을 두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 후보자는 ‘수능 폐지론자’로 보입니다. 그의 저서와 기고문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생 맞춤형 교육에 수능은 장애가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AI 맞춤형 교육이 교실에 정착하게 되면 수능이 필요 없다고도 했죠. 수능은 과거 대입 수험생이 100만명에 육박하던 시기 우수 학생을 걸러내는 도구였습니다. 현재 수능 응시자는 40만명대이고 한 해 태어나는 아이는 30만명을 밑돕니다. ‘인재 선발’이 아닌 학생 한 명 한 명을 키우는 ‘인재 양성’에 방점이 찍혀야 하는 시대에 수능은 그 역할을 다했다고 보는 듯합니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주호 시즌2’가 시작됩니다. 이명박정부 시절 못지않은 다양한 변화가 시도될 듯합니다. 인사청문회는 끝났지만 진짜 검증은 이제 시작일 것입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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