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성·가정 폭력 여성 피해자가 목소리 낼 수 있는 민주적 절차 뿌리내려야”

박용미 2022. 11. 1. 03: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기독교여성상담소(소장 채수지 목사)는 성폭력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던 시대인 1998년 한국여신학자협의회가 설립한 단체다.

최근 서울 노원구 한 카페에서 만난 채수지 소장은 "성폭력과 가정폭력 모두 피해자의 영혼을 피폐하게 만들며 회복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권위주의에 물든 교회와 가정이 여성 성도와 아내를 통제하는 문화가 문제다. 구성원이 가학적-피학적으로 의존하는 관계를 탈피하고 건강한 민주주의가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여성상담소장 채수지 목사
채수지 기독교여성상담소장이 최근 서울 노원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교회와 가정을 민주주의 공동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기독교여성상담소(소장 채수지 목사)는 성폭력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던 시대인 1998년 한국여신학자협의회가 설립한 단체다. 교회 내 성폭력은 물론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상담과 각종 지원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최근 서울 노원구 한 카페에서 만난 채수지 소장은 “성폭력과 가정폭력 모두 피해자의 영혼을 피폐하게 만들며 회복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권위주의에 물든 교회와 가정이 여성 성도와 아내를 통제하는 문화가 문제다. 구성원이 가학적-피학적으로 의존하는 관계를 탈피하고 건강한 민주주의가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기독교여성상담소에 접수된 신고는 85건으로 그중 절반에 가까운 42건이 성폭력 관련 신고였다. 채 소장은 “코로나19로 교회 예배와 모임이 줄어 들었는데도 교회 내 성폭력은 크게 줄지 않았다. 목사의 개인적인 시간은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감시하는 눈은 없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여전히 목회자가 성도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뒤 성적인 접촉을 시도하는 ‘그루밍 성범죄’가 자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피해자는 이 관계가 권력 관계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성적 착취를 당한다. 피해자는 이를 사랑으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가해자는 여러 상대와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는 성 중독자인 경우가 많다. 기독교가 유독 사랑을 강조하다 보니 종교적인 사랑과 성적인 사랑을 교묘하게 교란하는 ‘영적 학대’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해자에 대한 체계화된 조치가 없어 처벌까지 이르기 힘든 상황이다.

“피해자들이 사법적 처벌보다는 목사 면직을 바라는 경우가 많아요. 가해자가 어린이 청소년이 많은 교회에서 다시 설교하고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면직도 쉽지 않은 데다 가해자가 다시 교회로 복귀해 목회하기도 합니다. 거기엔 가해자를 적극 옹호하는 공모자와 방관하는 이들, 즉 ‘종교 중독자’들이 있습니다. 목회자는 성도들이 목사에게 의존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 단독자로 서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상담소에는 성폭력 신고 외에 가정폭력 신고도 많이 들어온다. 놀라운 점은 피해자들이 이혼이나 가해자 처벌에 대해 상담하는 게 아니라 ‘남편을 용서해야 하는데 용서할 수 없어 힘들다’ ‘내 신앙이 부족한 것 같다’는 말을 한다는 점이다. 채 소장은 무조건적인 용서와 순종이 이런 상황에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가 강조하는 용서에 여성이 억압되다 보면 자기 파멸의 길로 가게 됩니다. 여성 스스로도 세뇌된 가부장적 마인드나 성별 고정관념이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권위적 문화를 탈피해 여성이 마음속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민주적 절차가 통용되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