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개혁의 바른 방향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소득비례에 초점을 둬야 한다. 연금 개혁의 큰 줄기는 노후소득 보장이 우선돼야 하고 이를 달성하려면 기금의 안정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관계자의 첫 발언이기에 정부의 연금 개혁 청사진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라 주목됐다. 국민연금이 소득비례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발언은 지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제거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가 이전처럼 기존 제도의 틀을 유지한 채 급여 삭감, 수급 연령 상향 조정, 보험료율 인상 같은 모수 개혁을 통해 땜질식으로 대응하지 않고 기본 틀을 바꾸는 구조개혁을 구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국민연금의 핵심 목표는 노후소득 보장을 통한 장수 위험 분산인데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하면 장기 가입을 유인하고, 소득 하향신고와 중상위 소득 비정규근로자의 가입 기피를 예방할 수 있다. 이는 적용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노후소득 보장 강화에 기여하게 된다. 저출산과 초장수화에 따른 극단적 인구구조와 경제성장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모수 개혁으로는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구조개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을 높게 평가한다.
■
「 연금공단 이사장 ‘개혁’ 발언 주목
기본틀 바꾸는 구조개혁에 공감
기초연금의 재분배 기능 강화를
」
그러나 동시에 소득재분배가 국민연금의 다른 중요한 목표인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득비례 국민연금으로 전환할 경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초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최대 월 30만7500원을 지급하는 복지제도다. 지급 대상이 광범위하지만 수급 노인의 대부분이 월 30만7500원을 받는다. 이처럼 넓은 대상에게 소액을 지급하기 때문에 기초연금을 통해 빈곤선 바로 아래에 위치한 노인만 빈곤을 탈출할 수 있고, 도움이 절실한 하위 빈곤 노인에게는 부족한 금액이 지급되고 있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기초연금이 없을 때의 노인빈곤율은 45.6%였고, 기초연금 수급 후의 노인빈곤율은 38.9%였다. 기초연금 수급자의 3분의 1은 빈곤 노인이 아닌데도 기초연금을 받았다. 반면 하위 빈곤 노인에게 지급하는 연금액이 적어 빈곤율 완화 효과가 6.7%p에 불과하다.
이처럼 2022년 예산 기준으로 20조원이나 되는 기초연금의 예산 대비 빈곤 개선 효과가 작다. 따라서 국민연금을 소득비례로 전환함과 함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를 위해 점진적으로 기초연금 지급액을 높이고 대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기초연금을 개편해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이 노후소득 보장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금의 안정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연금공단 이사장의 발언은 국민연금 개혁의 올바른 방향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노후소득 보장이 연금액 인상을 의미한다면 이를 달성할 현실적 방안이 없는 한계가 있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올해 신규 가입자가 평균소득으로 가입할 때의 균형보험료율은 20.4%다. 균형보험료율은 가입 기간 소득과 생애 연금액이 주어질 때 수입과 지출을 일치시키는 데 필요한 보험료율이고, 기금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험료율이다. 매년 65세의 기대여명이 0.17년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적절한 수준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면서 기금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묘수는 없다. 보험료율을 2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40년 가입기준 40%인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기준)을 더 낮추는 것은 급여의 적절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현행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면서 보험료율 인상을 통해 기금의 안정성을 추구하되 부족한 노후소득은 다른 방법으로 보충할 것을 제안한다.
출산과 군 복무처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위를 할 때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크레딧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다층연금체계를 활용해 개인연금 활성화, 퇴직일시금 지급 기준 강화,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조기에 전환해 중상위 소득 계층이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찬원 "노래 못해요"…이태원 참사 애도했다가 봉변, 무슨일 | 중앙일보
- [단독] 해밀톤호텔 불법 건축이 '3.2m 병목' 만들었다 | 중앙일보
- The JoongAng Plus 런칭기념 무료 체험 이벤트
- "옷 찢긴 심정지 언니에 맨투맨 입혀준 '이태원 은인' 찾아요" | 중앙일보
- "팔다리만 밟혔어도 무조건 병원가라" 심정지 경고한 의사 왜 | 중앙일보
- '3시간 CPR' 의사 절망한 그때…"홍대서 더 마실까" 이말에 소름 | 중앙일보
- 중학생 딸과 참변…빈소 찾은 조희연 "단란함이 비극의 원인" | 중앙일보
- 난간서 끌어올리며 "한 사람만 더"…이태원서 시민 구한 BJ | 중앙일보
- "XX놈아" 이태원 찾은 한동훈에 욕설한 시민…왜그랬나 묻자 | 중앙일보
- 1년새 10억짜리 복권 두 번 당첨…억세게 운 좋은 캐나다 男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