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가사 ‘임을 위한 행진곡’ 브로드웨이서 울려퍼졌다

나원정 2022. 11. 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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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주’ 미국 뉴욕 쇼케이스가 지난달 20일 오후 8시(현지시각) 브로드웨이 787세븐스극장에서 개최됐다. 현지 공연 관계자 및 현지 관객 약 500명이 관람했다. [사진 라이브·극공작소 마방진]

지난달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영어 가사로 울려 퍼졌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담은 뮤지컬 ‘광주’가 787세븐스극장에서 브로드웨이 쇼케이스 공연을 올렸다. 2019년 광주문화재단이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기획한 작품으로, 광주 시민이 힘을 합쳐 계엄군에 맞선 과정을 그렸다. 2019년 서울 홍익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초연했고, 지난해 서울 LG아트센터, 올해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며 ‘아시아의 레미제라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현대사를 다룬 뮤지컬이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총감독 앤드류 라스무센은 ‘록키 호러 픽쳐쇼’ ‘와일드 파티’ 등으로 유명한 연출가다. 이메일로 만난 그는 “뮤지컬 ‘광주’는 스토리도 탄탄하고 감성적으로도 깊은 울림을 받은 작품”이라며 “뮤지컬 ‘미스 사이공’(베트남전 소재 러브스토리 뮤지컬)도 다른 문화권 이야기지만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했듯. ‘광주’도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3~4년 전 뮤지컬 ‘광주’에 대해 들었다는 그는 “미국·폴란드·러시아 전쟁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광주는 이번 계기로 알게 됐는데, 새롭고 인상적이었다. 다른 문화권이지만 보편적 이야기, 우리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작품의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광주(민주화운동)’를 더 자세히 이해하고 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브로드웨이 쇼케이스는 한국말 공연에 영어 자막을 띄운 게 아니라, 영어로 번역한 가사의 노래를 1시간가량 선보였다. 전체 분량(160분) 중 ‘임을 위한 행진곡’ ‘그날이 올 때까지’ ‘훌라훌라’ 넘버 등 주요 장면 위주로 공연했다. 윤상원 열사를 모델로 한 주인공 등 주요 배역은 현지 뮤지컬 배우 15명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14인조 오케스트라와 작곡가 앤디 로닌슨 음악감독 등 브로드웨이 스태프가 참여했다.

쇼케이스 관람객은 현지 관계자 및 일반 관객 등 500명가량이었다. ‘하데스타운’ ‘스트레인지 룹’ 등 유명 뮤지컬의 제작자 랍 라쿠이는 이번 쇼케이스를 본 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공연이라 감동이 배가 됐다”며 “워크숍을 더 거치면 묵직한 공연으로 브로드웨이에 올라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K콘텐트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이처럼 K뮤지컬도 해외 진출 소식이 잇따른다. 2013년 ‘김종욱 찾기’를 필두로, ‘총각네 야채가게’ ‘쓰릴 미’ ‘빨래’ 등 창작 뮤지컬의 라이선스 수출이 매년 증가세다. 최근엔 ‘광주’처럼 색다른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로 보편적 공감을 얻은 작품의 시장 개척이 활발하다.

특히 SF 소재 창작 뮤지컬은 코로나19팬데믹 속에도 꾸준히 수출할 만큼 찾는 해외 바이어가 많아졌다. 인간을 돕는 ‘헬퍼봇’의 사랑을 그린 ‘어쩌면 해피엔딩’(2016년 초연)은 해외에서도 2020년 미국 애틀랜타 트라이아웃 공연, 일본 라이선스 공연 등을 선보였다. 죽은 연인이 AI 로봇으로 돌아왔다는 설정의 ‘유 앤 잇’은 지난해 10월 대만 초연 당시 공연 회차를 예정보다 늘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주인을 살해한 AI가 법정에 선다는 내용의 SF 법정물 ‘인간의 법정’은 지난 5일 국내 초연에 앞서, 중국·프랑스·독일·벨기에·스웨덴 등에 판권을 수출했다. 원작자인 조광희 변호사가 자신의 소설을 토대로 뮤지컬 각본을 직접 맡았다. 이 작품으로 뮤지컬 제작에 처음 도전한 장소영 음악감독은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이나 호기심이 아니라, 원작자가 법률 지식과 과학적 근거로 논리정연하게 써나간 작품”이라며 “해외에서도 ‘AI 살인사건을 다루는 법정 이야기’라는 데에 관심 갖는 바이어가 많았다”고 전했다.

한편,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덕분에 해외에서도 인기가 있는 K드라마 원작 뮤지컬은 해외의 러브콜 속도가 더 빨라졌다. 지난달 16일 초연한 동명 드라마 원작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은 초연 당일 일본 후지TV와 일본 내 독점적 상연권 계약을 체결했다. 기획 단계부터 일본 배우가 출연하는 레플리카 공연(오리지널 공연과 캐릭터·음악·무대 등 모든 것을 똑같이 진행)을 동시 진행한 작품이라고 제작사인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T2N미디어 측은 밝혔다.

지난 8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뮤지컬 제작을 발표한 EMK뮤지컬컴퍼니 측도 “아직 기획 초기인데도 일본·미국에서 판권 문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K콘텐트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K컬처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높아진 점도 K뮤지컬 시장 확대에 큰 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국가브랜드진흥원 발표에 따르면 국가경쟁력지수와 심리적 친근도, 브랜드 수익액 등을 따져 산정하는 국가 브랜드 파워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2계단 오른 4위(1위 미국, 2위 영국, 3위 독일)였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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