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교과서’ 안드라스 쉬프 “음악 측정불가, 콩쿠르 멈춰라”

류태형 2022. 11. 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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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그는 “마음을 정갈하게 하기 위해” 바흐 연주로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바흐 해석의 권위자’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로 불리는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69)가 4년 만에 내한한다.

오는 6일 롯데콘서트홀, 10일 부산문화회관에서 독주회를 한다.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각국 박물관에서 한국 도자기 보는 걸 좋아한다. 열정적인 청중도 좋다. 아름다운 도시 부산과 첫 만남도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쉬프도 여느 음악인처럼 지난 2년을 힘겹게 보냈다. “코로나는 끔찍했다”는 그는 “우울하기도 했지만, 연주 리듬을 잃지 않으려 자신을 몰아붙였다”고 했다. 그에게는 바흐가 해독제다. 매일 한 시간 이상 바흐 연주로 아침을 연다. 그는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영혼·육체를 깨끗이 하는 위생관리”라고 설명했다.

오랜 음악 애호가들에게 쉬프는 글렌 굴드와 함께 ‘피아노로 연주하는 바흐 음악의 최고봉’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바흐 시대엔 피아노가 없었다. 모차르트나 베토벤 시대에도 지금의 피아노와는 사뭇 다른 악기를 연주했다. 현대는 시대 악기를 사용하는 원전 연주가 보편화했다. 그에게 피아노란 악기의 의미를 물었다.

“피아니스트는 과거의 건반 악기들과 친숙해질 수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복제된 옛 악기와의 경험이 필요하죠. 운 좋게도 저는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이 직접 사용했던 악기로 연주할 수 있었고, 악기가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고 소리를 내는지 알게 됐습니다. 제 귀로 축적한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오늘날 모던 피아노에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연주하고 있습니다.”

쉬프의 예전 내한 연주 프로그램은 바로크 고전, 낭만 독일음악 위주였다. 첫 내한인 2008년 바흐와 슈만, 베토벤을 연주했다. 2011년에는 베토벤 소나타를, 2014년에는 슈만과 멘델스존 등 낭만주의 음악을, 2016년에는 바흐 작품만을, 2018년에는 바흐,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를 연주했다. 쉬프는 이번 내한공연 프로그램을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곡 중에서’라고만 밝혔다.

최근 쉬프는 당일 공연장의 음향, 피아노 상황, 관중을 고려하여 연주 직전 현장에서 선택한 레퍼토리를 구두로 소개하며 공연하고 있다. 그는 “결과적으로 청중에게 더 나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방식”이라며 고 했다. 그는 “놀라움도 공연의 한 요소”라며 “이런 방식을 통해 훨씬 큰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젊은 연주자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쉬프는 “콩쿠르 출전을 멈춰라. 경쟁을 그만두라”며 “음악은 위대한 예술의 영역이지, 스포츠가 아니다. 속도와 힘, 스태미나와 정확도 등은 측정할 수 있지만, 그건 스포츠다. 예술은 측정이 불가능한 요소들로 이루어졌고 고도의 주관적인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쉬프는 197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4위에 올랐고, 75년 리즈 콩쿠르에서 파스칼 드봐용과 공동 3위에 입상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자유·즉흥의 힘 강조와 콩쿠르 참가 중단을 충고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쉬프 같은 대가의 말이니 귀 기울이게 된다. 쉬프와 클래식 음악계 슈퍼스타 작곡가 이름만을 떠올리며 객석에 앉아보자. 그의 손끝에서 어떤 곡이 나올까. 미지의 프로그램이 시작 전부터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류태형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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