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의 기적…1무2패 뒤 4연승

고봉준 2022. 11. 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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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만에 일본시리즈를 제패한 오릭스 선수들이 7차전 승리 후 나카지마 사토시(가운데)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 오릭스 트위터]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버팔로스는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팀이다. 구단명이 자주 바뀌었고, 화려한 전성기와 어두운 암흑기가 번갈아 찾아왔다.

오릭스의 전신은 1936년 창단한 오사카 한큐 야구협회다. 이는 훗날 한큐 베어스와 한큐 브레이브스로 계승된다. 이 시기 1975년부터 1977년까지 일본시리즈(JS) 3연패로 전성기를 달렸다.

오릭스라는 이름이 처음 나온 건 1988년이다. 일본 최대 금융기업인 오릭스 그룹이 한큐를 인수하면서 이듬해 오릭스 브레이브스가 탄생했다. 물론 이 구단 이름도 오래가지 못했다. 1991년 오릭스 블루웨이브로 잠시 간판을 바꿨다가 2005년 같은 퍼시픽리그의 긴테쓰 버팔로스를 인수하면서 지금의 오릭스 버팔로스로 거듭났다. 역대 이 구단에서 뛴 한국 선수로는 구대성과 박찬호, 이승엽, 이대호 등이 있다.

가장 찬란했던 시기는 1990년대다. 1992년 스즈키 이치로가 입단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명성이 자자했던 이치로는 1994년부터 7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했고, 1996년에는 구단의 4번째 JS 우승도 이끌었다.

2001년 이치로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오랫동안 쇠락의 길을 걸었던 오릭스가 마침내 다시 일어섰다. 오릭스는 10월 30일 일본 도쿄 진구구장에서 열린 JS 7차전에서 야쿠르트 스왈로스를 5-4로 누르고 최종 전적 4승1무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1975~1977년 3연패와 1996년 우승 이후 5번째 정상 등극이다.

오릭스 버팔로스

올해 오릭스의 우승을 놓고 현지에선 ‘기적’과 ‘역전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잇따랐다. 그도 그럴 것이 3차전까지 1승도 따내지 못한 채 탈락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야쿠르트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오릭스는 1차전을 3-5로 내줬다. 그리고 이어진 문제의 2차전에서 사달이 났다. 경기 막판까지 3-0으로 앞섰지만, 9회 등판한 아베 쇼타가 무너졌다. 무사 1, 2루에서 JS 데뷔전을 치른 대타 우치야마 소마에게 일격을 맞았다. 동점이 된 경기는 결국 12회 3-3 무승부로 끝났다. 일본 언론은 “JS 73년 역사에서 데뷔 타석에서 대타 홈런을 기록한 이는 우치야마를 포함해 5명뿐이었다. 이제 승기가 야쿠르트로 기울었다”고 보도했다.

1무1패가 되면서 오릭스의 벤치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친 후유증은 다음 경기까지 이어져 3차전에서도 1-7로 패했다.

그런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4차전에선 스기모토 유타로의 3회 결승타로 1-0 승리를 거뒀고, 5차전에서도 6-4로 승리를 거두면서 균형을 맞췄다. 이어 분수령이었던 6차전을 3-0 완승으로 장식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7차전 역시 기세는 오릭스의 편이었다. 1회 오타 료가 선제 솔로포를 터뜨렸고, 5회에는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사구와 상대 실책이 연달아 나와 5-0으로 도망갔다. 오릭스는 8회 호세 오수나에게 좌월 3점 홈런을 맞는 등 4점을 내줬지만, 리드를 끝까지 지킨 끝에 기적을 완성했다. 오릭스의 탈락을 점쳤던 도쿄스포츠는 “오릭스가 1무2패로 뒤지다가 4연승으로 우승하는 기적을 썼다”고 극찬했다.

오릭스는 이치로가 떠난 뒤 매년 최하위권에 맴돌았다. 성적 추락은 인기 하락으로 직결됐다.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다시금 팬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게 할 기회를 잡았다. 과거 영광을 함께했던 이치로도 직접 축하를 보냈다. 이치로는 “오릭스의 우승을 축하한다. 26년 전 팬들과 함께 싸웠던 뜨거운 마음을 다시 내 안에서 불러일으켰다. 당시 함께 뛰었던 나카지마 사토시 감독과 지금의 젊은 선수들이 새로운 역사를 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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