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국립부산국악원, 교육체험관 건립으로 국악 대중화 이끈다
대강습실·콘텐츠 체험실 등 갖춰
교육 확대 국악 전승 프로그램 가동
부산 부산진구 국악로에 자리 잡은 국립부산국악원은 국악 문화를 영남권 전반에 확산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역 국악 자원 보존을 위한 학술 연구는 물론이고 국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국제해양관광도시 부산의 위상에 걸맞게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 거점 역할도 하고 있다.
국립부산국악원은 2008년 개관했다. 부산에서 처음 문을 연 국립 문화시설이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4월 용두산공원 자락에서 개원한 국립국악원의 명맥을 영남권에서 이어간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1950년 1월 대통령령으로 개원을 결정했지만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피난지였던 부산 용두산공원 근처에서 정식 개원했다.
국립부산국악원은 개원 15주년을 맞아 교육체험관 건립을 통해 본격적인 국악 대중화를 추진한다. 교육체험관은 지상 5층 전체면적 1600㎡ 규모로 총사업비 160억원이 투입됐다. 영남 지역 최대 규모의 전문 교육 시설로 대강습실 등 다양한 규모의 강습 공간과 개방형 세미나실, 최신 기술의 실감 콘텐츠 체험실, 영남 기초 학술자료 열람실 등이 들어선다. 건물 외벽에는 국악 콘텐츠를 상영할 수 있는 미디어 파사트를 설치할 예정이다.
국립부산국악원은 교육체험관 건립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국악 자원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서는 국악인 양성과 무대 마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전통공연예술을 이해하고 관심 두는 관객 수요가 많아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다양한 계층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했다. 기존 교육 사업을 확대하고 지역 국악의 전승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우선 어릴 적부터 전통예술에 대한 소양을 키울 수 있도록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한다. 영남에는 수영야류, 고성오광대, 하회별신굿탈놀이, 부산아미농악, 진주삼천포농악 등 40여 종의 전통연희가 지방·국가 지정 문화재로 지정되어 계승되고 있다. 국립부산국악원은 전국 최초의 국립기관 소속 어린이 연희단인 ‘어린이 연희단’을 통해 영남의 연희를 계승할 미래 인재로 육성할 계획이다.
영남 춤을 명인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영남 춤 교실’은 영남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동래학춤, 동래고무, 진주검무, 승전무, 수건춤, 대구금회북춤, 탈춤 등을 보유자나 이수자에게 배워보는 교육 과정이다. 처용무, 포구락과 같이 지역에서 교육받기 어려운 궁중정재도 배울 수 있는 수준 높은 교육으로 마련했다.
부산교대와 진주교대 등 지역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국악을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예비교사를 위한 국악 강좌’와 현직 교사를 위한 국악 교수법 교육인 ‘직무교육 연수’ 등 학교의 국악 교육 체계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밀양아리랑 등 영남의 다양한 민요를 배워보는 ‘어르신 국악 교실’과 ‘명인에게 듣는 우리 국악’ 등 노인 참여형 프로그램을 개설한다. 교육체험관 직접 방문이 어려운 아동들을 위해 장애시설과 보육시설에 연주단체를 파견하는 ‘국악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동행’도 운영한다. 특히 장애·보육시설 파견 연주단은 부산대, 경북대, 영남대 등 지역 국악대학 졸업생들을 강사로 선발할 예정이어서 청년 예술가의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부산국악원은 부산을 찾은 외국인과 관광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단소와 같은 국악기를 직접 제작해보고 국악 공연도 감상하는 복합형 체험프로그램을 각종 여행 상품들과 연계할 계획이다.
“국악 발전의 초석, 인재 양성에도 혼신의 노력”
“국가 정책을 통해 명맥을 유지하던 국악 등 전통문화가 국립부산국악원의 교육체험관 개관을 계기로 대중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정엽(사진) 국립부산국악원장은 3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통문화 소비를 늘리기 위해 참여형 콘텐츠 개발과 애호가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교육·체험 사업을 확대하고, 국악 발전의 초석이 될 인재 양성에도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숙원 사업이던 교육체험관 건립이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면서 “다만 완공은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건설업계 파업 등의 여파로 내년 초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악의 대중화를 위한 계획도 설명했다. 그는 “국악 대중성은 수요와 공급의 작동원리와 구조를 갖는다”며 “국립부산국악원 설립 이래 지금껏 공연이라는 공급에 치중했다면 교육체험관 개관으로 비로소 수요층을 만들어 내는 구조를 완성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요층인 국악 애호가를 늘려나가고 공급층인 무용인과 연주자 등을 길러낼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악이 오랜 기간 이어온 우리나라 전통 음악과 춤이란 이유로 강요하던 시기는 지났다”면서 “영남의 춤과 음악, 정서가 담긴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해 무대화하는 노력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악의 세계화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년 해외문화원과 협업해 국악을 국외로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인도네시아와 일본에서 공연을 진행했고 필리핀과 중국 등 아시아권 여러 국가와 공연 개최를 논의하는 등 국립부산국악원이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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