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처럼 변형된 뱃속 아기 발 모양… 지나친 걱정 금물

민태원 2022. 10. 3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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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선천성 만곡족’ 진단
1000명 중 1~2명 꼴… 남아가 2~4배
산전 초음파 진단율 80~90%로 높아
출산후 3일 이내 치료하는게 좋아
조기 치료 늦으면 평생 장애 올수도
수가 인상 등 통해 전문의 양성 절실

아기의 발이 골프채 모양으로 뒤틀린 ‘선천성 만곡족’. 중앙대병원 제공

“뱃속 아기가 6개월 정도 됐습니다. 얼마 전 초음파 검사에서 ‘클럽풋(clubfoot·골프채 발)’이 의심된다면서 검사하는 사람이 자신은 정형외과 분야를 잘 알지 못하지만 애를 낳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등 아주 불길한 말을 꺼냈습니다.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기로 하긴 했는데, 불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네요.”(인터넷포털사이트 상담 글 일부)

임신기간 중 예비 부모의 가장 큰 관심은 아무래도 태아의 건강, 특히 아기의 몸이 온전한지일 것이다. 행여 의료진으로부터 신체 기형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수밖에 없다. 발이 골프채 모양으로 변형된 ‘선천성 만곡족(첨내반족)’은 신생아 1000명 중 1~2명꼴로 흔히 발견되는 족부 기형이다. 태어날 때부터 아기의 발 모양이 안쪽으로 향하거나 뒤꿈치가 들리고 발의 앞쪽 끝 부분이 안쪽으로 휘어져 있는 게 특징이다. 남아의 발생 빈도가 여아 보다 2~4배 높다. 절반 정도는 양쪽 발에 나타난다.

최근 중앙대병원 발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이곳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신생아 1300명 중 2.7%(35명)가 선천성 만곡족 진단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평균 발생률(0.1~0.2%)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여서 의료계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는 선천성 만곡족 발생률이 증가했다기 보다는 산전에 의심 진단을 받고 임신부들이 해당질환 치료를 위해 검사 및 치료 환경이 갖춰진 이 병원으로 옮겨왔기 때문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다만 초음파 등 산전 진단 기술이 크게 발전했음에도 태아의 모든 구조적 이상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의료진, 임신부 모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미리 발견하지 못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선천성 만곡족의 경우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발 변형과 통증이 심해져 절뚝거리게 되고 보통의 신발을 신을 수 없거나 발등으로 걸어다녀야 하는 장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소아정형외과 전문의가 신생아의 발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일반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통한 선천적 구조 이상의 산전 진단율은 약 70~80%이다. 이는 양수의 양이나 임신 주수, 태아의 자세, 질환의 종류, 임신부의 비만도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중앙대병원 소아정형외과 최인호 교수는 31일 “만곡족의 산전 진단율은 약 80~90%로 다른 선천성 질환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초음파 검사의 질에 미치는 여러 요인에 의해 산전 진단이 안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광명병원 산부인과 김유민 교수는 “다만 일반적으로 쓰이는 2D초음파 보다 3D초음파 검사를 이용할 경우 다각도에서 만곡족의 정도를 평가하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 경과 예측에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밀 진단을 시행하는 임신 20~22주부터 만곡족의 발견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산전 검사에서 만곡족이 의심된다하더라도 엄마 뱃속에서의 교정은 불가능하다. 김 교수는 “산전 의심 진단에 놀라거나 걱정하는 보호자가 많기는 하지만 긍정적인 치료 경과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임신 지속 여부를 고민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고 했다.

다른 기형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 출생 직후 바로 만곡족 치료를 시작하면 경과는 좋다. 조기에 잘 치료하면 학령기 이후 친구들과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게 대부분이다. 출생 후 빠른 시일내 검사와 치료를 받으려면 산부인과→신생아중환자실→소아정형외과 전문의 진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병원에서 분만하는 것이 권고된다.

만곡족의 발생 원인은 태아 발달 정지, 유전자 결함, 신경 근육 이상 등 다양하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발생 빈도가 다소 높을 수 있다. 엄마 자궁 안에서의 태아 자세 이상으로 다리나 발이 눌려서 발에 변형이 생기고 이것이 지속돼 만곡족이 된다는 가설도 있다. 임신 전이나 중에 만곡족 같은 선천성 발 기형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단, 임신부의 흡연이 중요한 발병 인자로 보고돼 있는 만큼 임신 중 금연은 필수다. 중앙대광명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나미 교수는 “단순히 임신 중 태아의 자세 이상으로만 발생한 경우는 치료 경과가 좋을 가능성이 높으나 근육 질환이 동반되거나 유전자 이상이 의심될 땐 (경과가) 나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산전 검사에서 만곡족 의심 진단을 받은 환아 중에는 단순 발 문제뿐 아니라 다른 기형을 동반하거나 근골격계 장애, 수유 문제를 겪기도 해 출생 직후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해 필요한 처치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어 경험이 풍부한 소아정형외과 전문의와 출생 3일 안에는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치료는 비뚤어진 발의 여러 관절을 정상 모양으로 맞춰주는 폰세티 도수요법과 석고붕대 교정법 등 비수술적인 방법과 변형이 심하거나 재발한 경우엔 수술을 통해 이뤄진다. 최 교수는 “다만 선천성 만곡족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소아정형외과 전문의는 전국에 대략 50명뿐이다. 선진국에 비해 낮게 책정된 의료 수가 인상 등의 정책 지원을 통해 선천성 발 기형을 치료할 전문의 양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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